[돌봄 못받는 충청권 돌봄노동자]
민노연구원 돌봄노동자 140만명 추정
조례 유무 따라 노동자 간 처우 격차 有
노동자 “최소한의 보호 기반 마련 절실”

이미지=아이클릭아트 제공
이미지=아이클릭아트 제공

[충청투데이 김세영 기자] 충청권 돌봄노동자들이 제도권 밖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늘어나는 돌봄 수요를 감당하는 ‘필수노동자’임에도 현실은 이들의 고용안정과 처우를 제대로 보장하는 기반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어서다.

22일 나라살림연구소 등에 따르면 포괄형 돌봄노동자 처우개선 조례를 제정한 지자체는 지난달 기준 전국 243곳 중 36곳(14.8%)에 불과하다.

이 중 충청권 기초단체는 대전 유성구·충남 논산시·공주시 등 3곳뿐으로, 조례 제정률은 전국 평균보다 낮은 9.3%로 나타났다.

조례 제정이 저조한 배경으로는 기본 법령 부재와 부처별로 분산된 돌봄정책이 꼽힌다.

현행법상 돌봄노동자 개념을 규정하는 법률이 없어 중앙부처가 돌봄사업별로 참여자를 파악하고 있다.

대략적인 규모만 추산되는데,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은 공식·비공식 돌봄노동자를 약 140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저출생·초고령사회 가속화로 돌봄영역이 확대되고 있지만, 제도에는 반영되지 않는 것이다. 이에 다양한 돌봄노동자를 보호하는 조례가 전국에서 분산된 채 생겨나고 이렇게 생겨난 개별형 조례는 전체 돌봄노동자 처우개선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포괄형 돌봄노동자조례 제정률은 14.8%로 낮지만, 노인맞춤돌봄조례(6개)·장애인활동지원조례(6개)·아이돌봄조례(1개)를 포함하면 20.2%(49개)로 증가한다.

요양보호사(35개)·장기요양요원(153개)을 대상으로 하는 개별형 조례는 무려 77.4%(188개)다.

구본승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과거 노인 돌봄하면 눈에 띄는 게 요양보호사·장기요양요원이라 많은 지자체가 조례를 제정하는 ‘붐’이 일었다"며 "같은 고령자를 대상으로 해도 노인맞춤돌봄서비스는 2020년부터 통합 개편 시행돼서 조례 제정이 상대적으로 더딘 편이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분산된 조례가 정책의 실행력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돌봄노동자 간의 처우 격차를 만든다는 점이다.

단순히 장기요양요원과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생활지원사의 처우개선 조례 제정률을 비교하면 무려 60.5%p 차이가 난다.

큰 차이가 날 만큼 생활지원사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대전 서구의회가 서구 생활지원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응답자 217명 중 208명(95.9%)이 관련 자격증 1개 이상 취득한 상태로, 2개 이상은 136명(65.4%)이었다.

전문성에 비해 제도적 보호가 미흡하다 보니 응답자 71%가 짧은 계약기간으로 인한 고용불안에 시달렸고 직업 만족도는 5점 만점에 2.3점에 그쳤다.

전체 돌봄노동자를 보호하는 제도적 기반 마련이 절실한 이유다.

대전의 한 돌봄노동자 A 씨는 "같은 돌봄인데 누구는 제도권 안에서 보호를 받고, 누구는 소외되고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에서 돌봄노동자를 위한 최소한의 보호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세영 기자 ks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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