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차시간 확대로 사고 20%p 줄어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운수업계 종사자와 교통 전문가들은 최근 들어 증가하는 시내버스 가해 교통사고를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기사의 심적 여유와 안정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지난해 대전 중구 유등교를 우회해야 하는 일부 노선의 배차시간에 기존보다 여유를 주자 교통사고가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다며 정시성 압박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전 201번 버스를 운전하는 이병석 기사는 "유등교 지반 침하로 지난해 하반기 우회 노선의 배차시간을 늘렸을 때 기사도 편하고 승객도 버스가 기다려주니 좋아했는데, 복구 후 시간이 원래대로 되니 촉박하다"고 말했다.
시내버스는 시민과의 시간 약속, 정시성을 지켜야 하다 보니 배차시간이 충분하지 않으면 뛰어오는 승객을 기다릴 여유도, 양보 운전을 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20개 유등교 우회노선의 배차시간을 늘렸던 지난해 8~12월 대전 중구의 노선버스 교통사고는 16건으로 최근 3년(2022년 22건, 2023년 17건) 동기간 중 가장 적었다. 반면 중구의 노선버스 교통사고는 2022년부터 매년 증가하며 연중 8~12월 사고 비율은 2022년 59.5%에서 지난해 32.7%로 20%p 넘게 감소했다.
이 기사는 "사고를 막으려면 배차시간을 지금보다 10~15분 늘리고 배차마다 5번에 달하는 중간시간 점검도 간소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배치시간 확대와 더불어 시내버스에 더욱 배려하는 교통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전의 시내버스 기사 이모(40대) 씨는 "큰 차가 작은 차를 보호해야 한다는데 버스는 화물차와 달리 안에 사람이 타고 있고 심지어 안전벨트도 없다"며 "버스가 방향지시등을 켜면 오히려 더 빨리 달리는 차도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사고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는 기술적 지원도 주목할 만한 대안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지난해 7~11월 전국 노선버스 500대를 대상으로 ‘AI 기반 노선버스 안전운전 모니터링 시범사업’을 실시한 결과 사고건수가 전년 동기간 대비 29.2% 감소했다. 해당 사업은 인공지능이 버스 기사의 운전 영상을 실시간 분석해 신호위반이나 졸음운전 등 위험 행동을 사전에 경고하는 것으로, 올해 충청권에서만 200대 운영할 예정이다.
남수현 교통안전공단 연구원은 "기술적 보완이 운전자의 부주의나 사고를 줄이는 데 큰 효과가 있다"며 "지자체가 첨단안전장치 도입에 더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시내버스 안전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편 지난해 충청권에서 발생한 시내버스 가해 교통사고는 512건으로 3년 전인 2021년(348건)보다 47%, 같은기간 부상자도 454명에서 682명으로 50% 급증했다.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