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생물학 기반 기술 실증·상용화 거점 조성
생명공학연·카이스트·대전테크노파크 등 참여
市, 실증특례 제도 적극 활용… 중복심사 간소화
생산유발효과 1596억원·521명 고용효과 기대
[충청투데이 이심건 기자] 대전시가 국내 최초로 합성생물학을 기반으로 한 첨단 바이오제조 글로벌 혁신특구로 지정됐다. 이번 지정으로 대전은 미래 바이오산업을 선도할 핵심 거점으로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하게 됐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21일 대전을 ‘합성생물학 기반 첨단바이오제조 글로벌 혁신특구’로 최종 확정했다. 시는 내달부터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글로벌 혁신특구는 규제자유특구의 고도화 모델로, 첨단 분야의 신제품 개발과 해외 진출을 위해 규제, 실증, 인증, 보험 등 다양한 절차에 글로벌 표준을 적용하는 한국형 혁신 클러스터다.
대전은 지난해 12월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한 공모에서 후보지로 선정된 이후 관계 부처 협의, 공청회, 위원회 심의 등 절차를 거쳐 최종 특구로 지정됐다. 특구는 대덕연구개발특구와 대덕테크노밸리 일대를 포함한 245.3㎢ 규모로 조성되며, 합성생물학 기반 기술의 실증 및 상용화가 이뤄질 주요 거점으로 조성된다.
시는 이번 특구 지정에 따라 총 272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2029년 12월까지 4년 7개월간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사업 성과에 따라 최대 2년간 연장이 가능해 최장 2031년까지 사업이 지속될 수 있다.
◆ 합성생물학, 왜 주목받나
특구의 핵심은 국내 최초로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과, 단순 실증을 넘어 규제 완화와 글로벌 진출을 결합한 신산업 실증 모델이라는 데 있다. 합성생물학은 유전자, 단백질 등 생명체 구성 요소를 인공적으로 설계하고 제작하는 기술이다. 기존 바이오 기술의 한계를 넘어 고속 제조와 대량생산을 가능케 해 바이오의약품, 친환경 연료, 식품, 농축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이 가능하다.
글로벌 바이오제조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약 2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보스턴컨설팅그룹은 합성생물학 기술이 10년 내 기존 제조산업의 3분의 1 이상을 대체하고 약 30조 달러에 달하는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 중국, 영국 등 주요국은 이미 바이오파운드리 등 핵심 인프라 구축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한국은 지난 4월 세계 최초로 ‘합성생물학 육성법’을 제정하고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번 특구 지정은 대전이 국가 제도 시행 전 실증과 사업화를 선제적으로 준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는 첨단 바이오제조 기술 선점과 산업 기반 조성에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 대전, 바이오경제 대전환 중심 선점 노린다
합성생물학 기반 첨단바이오제조는 바이오산업 대전환이라는 글로벌 흐름 속에서 주목받고 있지만, 이를 본격화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제약 요소가 적지 않다. 가장 큰 장애물은 국내의 엄격한 규제 체계다. 바이오 제조에 필수적인 유전자변형생물체(LMO)의 대량 생산이 필요하지만, 국내에서는 LMO 사용이 제한적이고 관련 절차도 복잡하다.
국내 합성생물학 산업은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기술 전환과 사업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 수준은 미국 등 최고 수준 기술 보유국 대비 약 75% 수준에 머물러 있어 기술 고도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 대전 바이오 핵심 인프라 총출동
대전시는 이번 특구 지정을 계기로 공공 인프라 구축, 수요 맞춤형 연구개발(R&D), 해외 진출 지원, 국내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첨단 바이오제조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특구에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전테크노파크 등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기관과 지원기관이 참여한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바이오파운드리 베타시설’을 통해 기업의 LMO 후보물질 발굴과 최적화를 지원한다. 바이오파운드리는 인공지능과 로봇을 접목해 설계→제작→테스트→학습의 DBTL 사이클을 표준화·고속화·자동화하는 핵심 인프라로, 기존 공정 대비 속도와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KAIST는 ‘mRNA/DNA 생산지원센터’를 통해 1등급 공공 LMO 생산시설을 가동해 기업의 소량 생산과 실증을 지원한다. 대전테크노파크는 2019년부터 2024년까지 ‘바이오메디컬 규제자유특구’를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실증 및 사업화 전 과정을 총괄 지원할 예정이다.
이번 특구는 첨단 바이오제조 산업의 혁신 모델을 실현할 실증지이자, 대전이 바이오경제 전환의 중심 도시로 도약할 기반이 될 전망이다.
◆ 규제 완화와 글로벌 진출, 함께 간다
대전시는 특구 내 실증특례 제도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LMO 용도별 위해성 중복 심사를 간소화해 기업의 시간과 행정비용 부담을 줄인다. 바이오파운드리와 공공 LMO 생산시설을 연계한 시제품 생산과 인허가도 지원한다.
해외 진출도 전략적으로 추진한다. 해외 인증 획득을 신속하게 하기 위해 국내외 인증기관과 협업해 기술 개발 초기부터 컨설팅을 제공할 예정이다. 아울러 해외 연구기관과의 국제공동연구도 지원하며, 기업 수요 기반 맞춤형 R&D를 통해 기술 확보를 도울 계획이다.
시는 특히 글로벌 균주 개발에도 도전한다. 싱가포르 국립대 등 합성생물학 선도기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균주 개발 및 기술 검증을 추진하고, 국내외 인증기관과 협력해 제품 인증과 기술 실증에 필요한 컨설팅도 제공할 예정이다.
◆ 생산유발효과 1596억 원, 고용유발효과 521명 기대
합성생물학 기반 첨단 바이오제조 기술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의약품, 식품, 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에 파급될 전망이다. 대전시는 이번 특구 운영을 통해 약 1596억원의 생산유발효과와 521명의 고용유발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김우연 대전테크노파크 원장은 "이번 특구 지정으로 법과 제도, 기술력, 인프라를 모두 갖춘 합성생물학 기반 첨단 바이오제조 전주기 실증 기반이 갖춰졌다"며 "대전이 첨단 바이오제조 혁신 클러스터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역 기업의 수요를 반영한 실질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양택호 HLB제넥스 연구소장 "대전 바이오기업 생태계 활성화 마중물 될 것"
"이번 합성생물학 기반 첨단 바이오제조 글로벌 혁신특구 지정은 대전 바이오기업 생태계 활성화에 마중물이 될 것입니다."
양택호 HLB제넥스 연구소장은 대전이 국내 최초로 합성생물학 기반 첨단 바이오제조 글로벌 혁신특구로 지정된 데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그는 바이오 스타트업들이 겪는 산업 현실을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이라 표현하며, 이번 특구 지정이 기업 생존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 강조했다.
양 소장은 "바이오기업의 생존과 성장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지만, 가장 큰 난관은 생산 단계"라며 "제품의 가능성을 인정받더라도 이를 고객에게 보여줄 시제품 생산 기반이 부족해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특구 지정은 그러한 구조적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전시는 바이오 산업의 고질적 병목을 해소하기 위해 합성생물학 기반 첨단 바이오제조를 전략사업으로 채택했다. 정부는 이를 반영해 대전을 글로벌 혁신특구로 최종 지정했다. 이는 시가 30년 이상 축적한 연구개발(R&D) 자원과 바이오산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 정책 기획력이 결합한 결과라는 평가다.
이번 특구 지정으로 인해 합성생물학 기반 제품개발 기업들은 생산 균주 개발 후 유전자변형생물체(LMO) 관련 규제 완화를 적용받아 산업화에 빠르게 진입할 수 있게 됐다. 또 고도화된 생산설비와 글로벌 수준의 위탁생산(CMO) 인프라를 활용해 시제품을 조기 출시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
양 소장은 "합성생물학과 바이오파운드리는 첨단 바이오제조의 핵심 기술"이라며 "미국, 유럽 등은 국가 차원에서 이 기술의 발전을 주도하며, 생산설비 구축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합성생물학 기술 선점은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니라 국가 존속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합성생물학 기반 제품개발은 신약 개발과 유사하게 수많은 시도 속에서 성공작이 탄생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도전을 할 수 있는 바이오기업 기반이 풍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특구 지정은 단순한 규제 완화를 넘어, 국내 바이오제조 생태계 전반을 재편하고 기술 선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원촌 첨단바이오메디컬 혁신지구, 안산 첨단국방융합지구, 국가첨단전략산업 바이오 혁신신약 특화단지와의 연계를 통해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양 소장은 "미국의 BioMADE(국방부 산하 바이오제조혁신기관)의 사례처럼, 첨단 바이오기술은 국방과 산업 양축에서 중핵적 역할을 하고 있다"며 "원촌과는 신약개발, 안산과는 첨단 바이오 국방 분야에서 각각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