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숙 화가 영동으로 귀촌
재능기부형식 회원들 지도
“함께 할때 더 깊은 이야기”
매년 회원전… 올해 9월 예정
[충청투데이 이진규 기자] 매주 목요일이면 영동군 영동읍의 한 화실로 하나둘 모여들어 붓을 드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그림에 대한 열정으로 뭉친 ‘소해랑’ 모임의 회원들이다.
14년 전 학산면 도덕리로 귀촌한 김혜숙 화가가 모임의 중심이다.
‘소해랑’은 김혜숙 화가의 호인 ‘소해(小海, 작은 바다)’에서 유래했다.
남편이 지어준 이 이름에 ‘함께 놀자’는 의미를 더해 ‘소해랑’이라 지었다.
단순히 그림을 배우는 모임이 아니라, 함께 그리며 나누는 공동체를 지향하는 이름이다.
소해랑의 시작은 지난 2019년 봄에 영동군청 등에서 개최한 김 화가의 개인전을 보고 감명을 받은 주민들에 의해 시작했다.
주민들은 김 화가에게 정말 그림을 배우고 싶다며 여러 번을 두드렸다.
이 계기로 모인 9명의 회원으로 시작한 소해랑은 현재 14명으로 늘어났다.
그중 7명은 귀촌인들로 소해랑을 통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소해랑은 단순히 그리는 법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기초부터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김 화가는 재능기부 형식으로 회원들을 지도하고 있으며, 회원들은 자비로 마련한 화실을 ‘아지트’라 부르며 그림에 몰두하고 있다.
이곳의 수업은 그림만이 전부가 아니다.
반찬 하나씩을 싸와 화실에서 함께 식사를 하고, 해마다 한 번씩은 여행도 떠난다.
매년 회원전 ‘소해랑-우리들의 이야기 전’을 개최하며, 오는 9월에는 영동세계국악엑스포에 맞춰 네 번째 전시회를 준비 중이다.
회원들의 실력도 점차 빛을 발하고 있다. 충북미술대전에서 2023년에는 2명, 2024년에는 4명이 입선했고, 올해도 5명이 출품을 준비하고 있다.
그만큼 소해랑은 지역 예술인의 산실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김 화가는 오는 31일까지 신흥갤러리에서 스무 번째 개인전을 연다.
영동에서만 벌써 네 차례의 개인전이다.
영동에서의 삶이 그림에 담기고, 그림이 다시 사람들을 이끌어온 셈이다.
김혜숙 화가는 "그림은 혼자 그릴 수 있지만, 함께 그릴 때 더 깊은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영동=이진규 기자 kong2902@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