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상경 청양군보건의료원장
군민 37%가 65세 이상인 ‘고령화 지역’
보건의료원 사실상 유일한 의료 인프라
24시간 응급진료 체계로 진료 건수 늘어
2018년 6만 4천건→ 2023년 9만 4천건
검진건수도 2020년 대비 5배 이상 증가
군민감동 실현한 ‘찾아가는 의료원’ 호평
만성질환자 맞춤 의료… 정서 안정 효과도
정산보건지소 신축 등 외적 인프라 개선
물리치료실·방사선실 등 중간 거점 역할
작년 별관 응급실 포함 진료 공간 확장해
[충청투데이 윤양수 국장] 청양군은 인구 고령화, 의료 인프라 부족, 접근성 한계 등 복합적인 의료 사각지대 문제를 안고 있는 전형적인 농촌 지역이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청양군 보건의료원은 농촌형 공공의료의 성공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속적인 의료 인프라 확충, 진료의 다양화, 응급의료체계 강화, 건강검진 확대, 마을 순회진료 및 재택진료 등 다양한 시도는 단순한 의료서비스를 넘어 주민의 삶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본지는 이러한 청양군 의료정책을 이끌고 있는 김상경 청양군보건의료원장을 만나 그동안의 성과와 고민 그리고 앞으로의 청양형 공공의료에 대한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 청양군 보건의료원은 농촌 공공의료의 선도적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지금까지의 과정과 의미를 설명해 주신다면?
청양은 군민의 37%가 65세 이상일 정도로 고령화가 매우 심각한 지역이다. 고령 인구는 대부분 만성질환을 앓고 있고 거동도 불편해 의료기관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게다가 지역 내 민간의료기관은 거의 없어 보건의료원이 사실상 유일한 의료 인프라인 셈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우리는 공공의료를 ‘복지’나 ‘지원’이 아니라 지역사회 유지와 군민 생존을 위한 기본 인프라로 접근했다. 의료 취약성 해소 없이는 농촌이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 구체적으로 어떤 진료 분야에서 개선이 이뤄졌나?
외래진료는 저희 의료원의 중심 축이다. 산부인과, 내과, 정신건강의학과, 정형외과 등 다양한 진료과목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농촌 지역에서는 드문 사례로 꼽인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응급의료라고 생각한다. 청양군 유일의 응급의료기관으로서 24시간 응급진료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고 전문의와 간호 인력을 충원해 ‘골든타임’ 내 대응이 가능하게 구축했다. 실제로 응급실 내원 건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특히 심장질환·뇌졸중 등 중증 응급환자의 초기 대응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 단순한 의료 서비스가 아닌 ‘군민 생명을 지키는 체계’를 만든 것이다.
- 진료 실적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들었다.
그렇다. 2018년 6만 4338건이던 진료 건수가 2023년에는 9만 4780건으로 증가했고 2024년에는 9만 8147건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같은 기간 진료 수입도 13억 원대에서 32억 원대로 늘었다. 물론 단순한 수익이 목적은 아니지만 이는 저희 의료원이 지역 내에서 신뢰받는 의료기관으로 자리 잡았다는 방증이다.
- 건강검진센터 리모델링도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평가 받고 있다.
2020년에 원스톱 건강검진센터로 리모델링하면서 지역 의료에 큰 전환점이 생겼다. CT, 유방초음파 등 고가의 장비를 도입하고 5대 암 검진 및 종합 혈액검사를 무료로 제공하면서 군민들이 ‘아프기 전에’ 병을 발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특히 여성과 고령층에게 중요한 유방암, 대장암, 폐암 조기진단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검진 건수는 2020년 3150건에서 2024년 1만 8793건으로 5배 이상 증가했다.
- 검진 수입도 의미 있는 수준으로 성장했다고 들었다?
2024년 기준으로 5억 3천만 원 이상의 수입을 올렸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조기 발견을 통해 실제 치료비와 사회적 비용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군민 건강 수준 향상과 함께 의료원 운영의 지속 가능성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 ‘찾아가는 의료원’ 마을순회진료는 청양군만의 특별한 정책이다. 어떤 배경에서 시작됐나?
청양은 거동이 불편하거나 교통수단이 없는 노년층이 많은 지역이다. 병원까지 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분들이 많다. 이런 분들에게 단순히 알아서 ‘오세요’라고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가 갑니다’라는 발상으로 순회진료를 시작했다. 의료원장이 직접 참여하는 10인 이상 의료진이 매달 6회, 군 전역의 읍면을 돌며 진료, 물리치료, 혈당 검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2023년에는 60개 마을, 1731명을, 2024년에는 51개 마을, 1495명을 진료했다. 올해에도 50개 마을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주민들 반응은 어떤가?
많이들 감동하신다. "집 앞에서 이렇게 병원 서비스를 받을 줄 몰랐다"는 이야기를 정말 자주 듣는다. 특히 혈당, 혈압 등 만성질환자들에게는 생명줄 같은 서비스이다. 의료가 단순한 행정이 아니라 정서적 안정과 연결된다는 걸 현장에서 많이 느끼고 있다.
-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는 전국적으로도 이례적인 사례인데?
맞다. 저희는 전국에서도 드물게 장기요양 재가수급자를 대상으로 방문진료를 하는 팀을 운영하고 있다.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가 한 팀이 되어 환자 가정을 방문해 진료뿐 아니라 통합 사례관리를 수행한다. 고령층에게는 병원 오가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기 때문에, 이 서비스가 건강 유지에 매우 효과적이다. 복약관리, 낙상 예방, 가족 상담 등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 의료 외적인 인프라도 개선되고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 2024년 1월부터는 정산보건지소를 새롭게 이전·신축해 운영하고 있다. 물리치료실, 방사선실, 정신건강센터, 치매안심센터 분소 등을 갖추고 있어 중간 거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공영주차타워를 신축해 운영 중에 있다. 42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장애인 주차구역, 전기차 충전소까지 갖춘 시설을 마련했다. 그동안 주차 문제로 진료를 포기하셨던 분들이 다시 찾아오고 있다.
- 앞으로 청양군보건의료원이 집중할 부분은 무엇인가?
2024년 완공된 별관은 응급실을 포함한 진료 공간 확장을 통해 더 많은 환자를 안전하게 진료할 수 있게 했다. 앞으로는 지역사회 건강관리의 허브 역할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단순 진료를 넘어 예방 중심, 커뮤니티 기반의 통합의료를 지향할 것이다. 고령사회에서 의료는 ‘삶의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군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청양군보건의료원은 단순히 병이 생겼을 때만 찾는 곳이 아니라, 일상 속 건강을 함께 지키는 동반자 같은 존재였으면 좋겠다. 누군가는 건강검진을 받으러, 또 누군가는 어르신을 모시고 진료를 받으러 오겠지만, 모두가 마음 편하게 오고갈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란다. 무엇보다 여러분이 "청양에 살아서 다행이다", "의료 걱정은 없다"고 느끼실 수 있도록 저희 의료원은 멈추지 않고 발전하겠다. 의료는 건물이나 장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결국 사람이고, 신뢰다. 그 신뢰를 쌓기 위해 지금도 의료진은 새벽부터 준비하고 퇴근시간을 넘기면서까지 환자 이야기를 듣는다. 청양은 도시보다 불편한 점이 많다. 병원도 멀고, 인프라도 부족하다. 그래서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직접 찾아가서 진료하고, 집으로 방문해서 돌봐드리고,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주차장까지 새로 만들었다. 이 모든 건 ‘누구도 소외되지 않게 하자’는 한 가지 목표 때문이다. 앞으로도 변함없이 청양군민들의 곁을 지킬 것이다. 건강한 삶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권리이고, 공공의료는 그 권리를 지켜주는 최소한의 장치다. 청양군민이 아플 때 걱정보다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도록, 이 지역에 살아도 충분히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그 믿음을 지키기 위해 멈추지 않고 묵묵히 나아갈 생각이다.
윤양수 기자 root5858@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