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장우 대전시장, 최민호 세종시장, 김영환 충북도지사, 김태흠 충남도지사. 사진=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이후 급격하게 빠져들었던 대한민국의 격랑은 헌법재판소가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하면서 일단락됐다. 지역의 수장인 자치단체장들의 역할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한 시기를 맞았다. 정부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답보상태인 현안사업이 수북이 쌓여있다. 사업 지연은 주민 불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이후 정치권은 그야말로 정치 생명을 건 전쟁을 치렀다. 이 과정에서 국회의원은 물론 소속정당을 가진 지역의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들도 각자의 주장을 펼치며 정쟁에 뛰어들었다. 때로는 소속 정당별로, 때로는 정치인 개인으로 탄핵과 관련한 입장을 직간접적으로 표출해 냈다. 충청권에서도 이 같은 모습은 그대로 나타났다.

소속 정당을 가지고, 투표를 통해 선출된 지자체장들이 정치적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자체장들은 정치인이기 전에 각 지역을 대표하고 지역민의 삶을 책임질 막중한 의무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탄핵정국에서 일부 지자체장들은 지역 수장으로서 수행해야할 본연의 역할보다는 지역 민심을 갈라놓을 수 있는 부적절한 정치 행보를 보인 것도 사실이다.

걱정스러운 점은 2달 안에 치러질 대선에서 지자체장들의 부적절한 정치 행보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1년여 밖에 남지 않은 지방선거가 이들 지자체장들의 정치 조바심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

지자체장들이 지금 집중해야 하는 것은 중앙 정치가 아니다.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대선 후보 줄서기가 아니다. 격랑 속에 휩싸인 대한민국에서 오늘도 묵묵히 살아가고 있는 지역민에게 집중해야 한다. 지역민의 삶을 현장에서 보살피고, 지방 살림을 더욱 꼼꼼히 챙길 때이다. 대통령 공백으로 혼란스러운 정부나 대선이 코앞인 중앙 정치권으로 지역민은 불안스럽다. 지자체장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충청권 지자체장들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대통령 탄핵이나 대선에 대한 입장 표명이 아니라, 지자체장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지역민들에게 천명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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