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교수에 설문 참여 시 상품권 지급 메일 보내
QS 이메일 양식 위반·금전적 혜택 공정성 지적도
행정오류 인한 징계에 KAIST 내·외부 비판 목소리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한국 과학기술 교육·연구의 산실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원화로 약 14만원 수준의 상품권 때문에 세계대학평가 자체를 받지 못하는 수모를 겪게 돼 충격을 주고 있다.
19일 KAIST와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최근 영국의 세계대학평가기관 'QS(Quacquarelli Symonds)'로부터 오는 6월부터 1년간 대학평가에서 제외된다고 통보받았다.
구체적으로 KAIST는 1년간 QS의 세계대학순위, 아시아대학순위 등 4개 순위 평가를 받을 수 없게 됐다.
QS의 이같은 조치는 앞서 지난해 11월 KAIST 화학생명공학과가 해외교수 300여명에게 QS 설문조사에 참여하면 100달러(14만 5340원)의 상품권(token)을 제공하겠다는 메일을 보낸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각 대학이 평가 지표 중 하나인 학계 평판도를 위해 설문 참여 동의를 얻을 때엔 QS가 제공하는 이메일 양식을 그대로 따라야 하는데 KAIST 화학생명공학과가 이를 어긴 것으로 알려졌다.
금전적 혜택으로 대학 평가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의혹과 함께 공정하지 못한 설문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다만 KAIST가 절차적 문제를 곧바로 인지하며 해외교수들에게 실제로 상품권이 지급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KAIST 측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 링크드인에 입장문을 올려 “오해의 소지가 있는 문구가 포함된 내부 부서 설문조사가 발송됐다”며 “행정적 오류를 인정하며 이로 인해 야기됐을 수 있는 혼란에 진심으로 유감이다”라고 했다.
또 “사과가 포함된 수정 이메일을 모든 수신자에게 즉시 발송했다”며 “현재 특별조사가 진행 중이고 윤리경영 특별위원회를 신설했다. 조사 결과는 공개되고 필요한 후속 조치를 이행하기 위한 실행 계획이 수립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QS는 영국의 THE, 네덜란드의 라이덴과 함께 세계대학순위를 나타내는 주요 지표 중 하나다. 국내 대학들도 경쟁력을 나타날 때 QS 평가를 근거로 활용한다.
KAIST는 지난해 6월 발표된 QS 2025 세계대학순위에서 53위로 국내에서 서울대(31위) 다음으로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학교 측의 행정 미숙으로 세계대학평가 자체를 받지 못하게 되며, KAIST 내부는 물론이고 과학기술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익명의 KAIST 재학생은 “QS 평가에서 중요한 항목 중 하나가 평판인데 왜 학교에서 오해 살만한 행동을 했는지 이해가 안 되고, 특정 학과 때문에 모두가 피해봐야 한다는 것이 어이없다”고 안타까워했다.
대전지역 과학기술계의 한 인사는 “해외에선 메일을 공문처럼 인식하는데 평가 참여를 독려한다며 상품권을 주겠다고 한 것은 잘못”이라며 “학과 차원에서 벌어진 일이라 해도 학교에도 관리 소홀의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