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NFUN 충청의 축제]
장항제련소 근대화·산업화 상징
영화 JSA 촬영지 신성리 갈대밭
전통섬유 축제 ‘한산모시문화제’
인기만점 보랏빛 맥문동 꽃 축제
[충청투데이 노왕철 기자] ◆ 국가 근대화의 선도도시, 서천
충남 서천군은 장항제련소를 중심으로 비철금속 제련산업의 핵심이자, 우리나라 근대화와 산업화의 상징적 존재였다.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 장항제련소를 중심으로 근대 산업도시로 성장했으며 장항항, 장항선, 미곡창고, 운송회사 등 다양한 산업 관련 시설이 건설되는 등 근대적 인프라가 서천 전역에 구축되며 근대 산업도시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1989년 환경오염의 심각성이 대두되면서 장항제련소가 폐쇄되었고, 금강 하굿둑 건설로 인해 장항항의 기능이 약화됐다.
이러한 변화는 서천의 산업구조에 충격을 주었고 서천을 근대 산업도시에서 농어촌 도시로 변모하게 했다.
비록 서천의 인구 규모나 산업적 기반은 과거에 비해 많이 축소되었지만, 여전히 빼어난 자연경관과 매력적인 자원들이 곳곳에 풍부한 곳이다.
서해와 금강을 끼고 너른 간척지 덕분에 비옥한 토지, 풍부한 산림, 넓은 해안 등과 같은 인위적 조성이 어려운 천혜의 자원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장항제련소 굴뚝, 장항화물역, 국제무역항, 죽산리 염전 등 근대 산업 시설이 보존되어 있으며, 판교면에 양곡을 비롯한 물자의 수송과 정미, 양조산업, 일본식 가옥, 장터 등 산업화 시기의 번성기와 쇠퇴의 흐름을 보여주는 다양한 역사적 흔적을 찾을 수 있다.
특히 서천은 유네스코에 등재된 유산이 다수 존재하는 지역이다.
한산모시짜기는 2011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고, 서천갯벌은 2021년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또 장항 송림산림욕장과 맥문동 군락지, 영화 JSA 촬영지로 유명한 신성리 갈대밭, 국립 희리산 자연휴양림과 치유의 숲 등은 젊은 층이 많이 찾는 인기 관광지다.
이밖에 천연기념물 제169호로 지정된 마량리 동백나무숲, 서해랑길59코스 가운 하나인 춘장대 해수욕장, 국립생태원과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등 다양한 문화, 역사, 생태 자원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서천의 중요한 자산이다.
서천군은 이러한 소중한 자원을 보존하는 한편 축제, 투어 등의 관광산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군립예술단을 비롯한 지역문화예술단체의 작품 활동과 접목을 시도하는 등 문화 강소도시로서의 입지도 굳히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서천은 천혜의 자연 자원과 매력적 관광인프라를 바탕으로 다양한 축제들이 발전해 왔다.
서해의 황금어장에서 잡히는 갑오징어, 광어, 도미, 꽃게, 전어 등을 주제로 한 수산물 축제는 사계절 내내 열리며, 서해안 대표 석양을 감상할 수 있는 마량진항 해돋이해넘이 축제,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판교 도토리묵축제, 한산 소곡주축제, 마산 블루베리 축제 등도 매년 많은 방문객을 유치하는 인기 축제다.
이렇게 많은 축제 중에서도 서천군을 대표하는 축제는 문화관광부 우수축제로 선정된 30년 전통의 한산모시문화제와 전국적 꽃 축제로 사랑받는 장항 맥문동 꽃 축제를 들 수 있다.
◆ 1500년 전통과 현대의 조화, 한산모시문화제
한산모시문화제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전통섬유 축제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한산모시짜기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전통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매년 6월 초 한산모시관 일원에서 개최된다.
한산모시는 1500년 전 백제 시대부터 이어져 온 국내 최고급 전통 섬유로 그 제작 전 과정은 오롯이 수작업으로만 이루어지며, 공정 또한 매우 까다롭고 고된 작업이다.
이러한 전통기술을 계승하고 보존하며 모시산업의 대중화와 현대화를 도모하기 위해 한산모시문화제를 시작했다.
매년 모시짜기 시연, 저산팔읍 길쌈놀이, 모시 상품 개발 등 다양한 프로그램 등이 운영되며 많은 관광객의 발길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34회째를 맞이한 축제는 14만여 명의 관광객이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모시 산업의 현대화가 더딘 상태라는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서천군은 전통 모시를 문화적 자산으로 계승하는 동시에, 모시산업의 현대화를 추진하는 이원화 전략을 도입했다.
김기웅 군수를 중심으로 한산모시의 현대화를 위해 태모시 정련 시설과 파이롯 방적설비 등을 통해 친환경적이고 기능성이 강화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해 축제에서는 모시 현대화 과정, 모시양말 직조체험, 천연섬유 박람회 등 새로운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또 전통문화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한편 모시산업의 경제적 가능성을 확대하기 위해 다각적 시도를 하며 한산모시문화제가 전통문화의 보존뿐 아니라 서천의 경제적 선순환을 이끌 수 있는 노력을 다하고 있다.
◆ 축제 산업화의 신흥 강자, 장항 맥문동 꽃 축제
장항 맥문동 꽃 축제는 우리나라 최대의 맥문동 군락지를 배경으로 하며, 서천갯벌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돋보이는 축제다.
2023년 처음 개최된 이 축제는 매혹적인 보랏빛 맥문동 꽃이 SNS 등을 통해 퍼지며 입소문을 타고 첫해부터 큰 성공을 거두었다.
지난해는 23만명의 인파가 몰리며 짧은 기간에 서천의 대표 축제로 자리 잡았다.
맥문동 군락지가 위치한 장항 산림욕장은 과거 장항제련소에서 배출된 중금속으로 오염된 장항 브라운필드 지역에 조성된 것이다.
이 지역은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이 남긴 잔재이자, 산업화 과정에서 발생한 환경오염의 상징적 장소였다.
그러나 충남도와 서천군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2020년 정화사업이 완료되었고, 그 자리에 송림과 잘 어울리는 맥문동이 자리 잡으며 장항은 생기를 되찾을 수 있었다.
이와 관련 김기웅 서천군수는 이 지역에서 피어난 맥문동을 보고 축제 아이디어를 떠올렸으며, 이는 서천군민의 과거 아픔이 희망으로 승화되는 상징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 바 있다.
서천군은 이에 안주하지 않고 맥문동 지역특화 산업 기반 구축을 위해 맥문동 군락지를 확대하고, 다양한 상품개발을 위한 교육과 시설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마산면 등지에 맥문동 재배단지를 조성해 안정적인 원료 수급체계를 마련하고 자영업자와 농민들을 대상으로 식품 레시피 개발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서천 맥문동 조향실 팝업스토어’는 젊은 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며 전국단위 마케팅에도 성공했다.
맥문동 꽃 자체의 매력만으로도 여전히 수십만 명의 방문객을 유치할 잠재력이 있으며, 맥문동을 활용한 산업적 경제 효과는 무궁무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기웅 군수는 "문화관광 축제는 서천 경제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이자 본질"이라며 "서천의 선진 축제 산업화 모델은 문화의 아름다움을 경제적 이로움으로 전환하며, 지방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이 발전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천=노왕철 기자 no8500@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