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충남지원이 세종을 상징하는 한글을 테마로 빵을 제조, 판매한 업체 대표에 대해 원산지 허위 표시로 검찰에 넘겼다. 이 업체는 외국산 복숭아와 외국산·국산 쌀을 주원료로 빵을 제조하고, 주원료의 원산지를 ‘세종시’로 허위 표시한 혐의다. 농산물품관원 충남지원이 이 업체의 원료 구입처 등에 대한 압수수색 등 조사를 벌인 결과 지난 2023년 2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1년 9개월간 그리스산·중국산 복숭아와 외국산·국산 쌀을 주원료로 빵을 제조해 6억 2000만 원 상당을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소비자뿐만 아니라 공공기관과 시민단체에서도 많은 구매가 이뤄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도시 명칭이 세종대왕의 업적과 명성을 반영한 세종시라는 점과 한글이라는 상징성까지 더해 인기를 얻었기 때문이다. 또 온라인과 여행 관련 SNS 등에서 세종을 대표하는 빵으로 소개돼 외지 관광객들의 발길을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알려진 것과 달리 외국산 복숭아와 쌀을 원료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충격과 함께 허탈감을 안겨줬다. 농산물품관원 충남지원에서도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도시로 꼽히는 세종시의 상징성을 악용해 범죄의 중대성이 크다고 판단해서 강제수사를 벌일 정도였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 업체에서 생산한 빵이 대표성이 있다고 인식되면서 고향사랑기부금 답례품으로 활용된 것이다. 도시의 상징성을 담고 지역의 농산물을 사용했다는 빵이라는 이미지를 바탕으로 외지에서 고향에 기부금을 낸 독지가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답례품으로 전달된 것이다. 개탄스러운 일이다.
원산지를 표시한 업체도 문제지만 사전에 철저하게 확인과 점검을 하지 못한 세종시의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 당시 답례품 선정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철저한 사후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선한 마음으로 고향에 기부를 했는데 뒤늦게 자신이 받은 답례품이 원산지 표시를 위반한 문제가 있는 제품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독지가들의 심정을 헤아려야 한다. 농산물품관원 충남지원은 가공품은 원물의 형태가 변형돼 소비자가 원산지 표시 외에 확인할 수 없어 보다 철저한 단속과 수사를 약속했다. 세종시도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 철저한 조사와 함께 보다 효율적인 대책을 마련, 시행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