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왕철·충남본부 서천 담당 부국장
[충청투데이 노왕철 기자] ‘주머닛돈이 쌈짓돈’이라는 말이 있다. 그 돈이 그 돈이라 구별할 필요가 없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 말이 가장 많이 인용될 때가 있는데 바로 ‘업무추진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다.
얼마 전 서천주민자치참여연대는 김경제 서천군의회 의장의 ‘수상한 업무추진비’ 사용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해 7월 김 의장이 장항의 한 식당에서 동료 의원들과 술자리를 갖고 이 비용을 업무추진비로 사용했는데 이를 ‘의장 수행직원 격려 식사제공’으로 처리했다는 거다.
서천참여연대는 제9대 서천군의회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전수조사한 뒤 또 다른 ‘수상한 내역’을 확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했다.
이를 조사한 충남도·서천군선거관리위원회는 김 의장을 비롯 부의장, 상임위원장 3명과 의회사무과 소속 공직자 3명을 공직선거법 위반(기부행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업무추진비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설·추석 명절 선물을 구입한 뒤 카카오톡 등을 통해 제공자의 명의를 밝혀 소속 직원에게 중복 제공(1인당 2~3개) 하는 등 860만 원 상당의 기부행위를 한 혐의가 있다는 것이었다.
법이 허용하는 의례적인 선물이었다고 김 의장은 항변하지만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이 업무추진비를 활용해 선물을 중복적으로 줬고 선물 제공의 주체도 군의회가 돼야 하는데 제공자가 누구인지 밝힌 것은 명백히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게 선관위의 설명이다.
물론 사안이 경중이 있을 수 있겠지만 더 중요한 건 공직자가 된 이상 고도의 도덕성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드러난 사안에 대해서야 ‘몰라서 그랬다’고 할지 몰라도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그동안 업무추진비에 대한 김 의장 등 군의원들의 인식이 어떠했는지를 이번 사건을 통해 가늠해볼 수 있다.
드러나진 않았지만 의장을 비롯한 군의회 의장단이 그동안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유용했을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는 점만은 알아두길 바란다.
특히 김 의장의 경우 ‘3선’이나 되는 직업 정치인이다. 몰랐다면 무지한 것이고 알고도 그랬다면 공직자로서 결격사유다. ‘의례적인 것’이라고 퉁칠 일은 더욱 아니다.
의회 사무과 소속 공무원들이 의장의 업무추진비를 법적 용도에 맞게 처리(서류작업)하느라 얼마나 큰 고생을 했을지 안 봐도 훤하다.
사법당국의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와 함께 죄의 성립 여부가 명확하게 밝혀져야 하겠지만 선관위가 명확한 근거를 제시했고 후반기 의장 선출을 앞둔 시점에서 이뤄진 ‘장항 의장단 술자리’ 역시 사진으로 이 자리가 의장 수행직원 격려 자리가 아니었음이 증명되는 만큼 김 의장의 소명이 필요하다.
인정한다면 즉시 사과해야 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더군다나 다음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기웅 군수와 경쟁하는 입장이라면 더더욱 그래야 한다.
남의 허물을 들춰 깎아내리기 이전에 자신부터 그 허물을 벗어 던져야 한다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노왕철 기자 no8500@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