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병·감각이상 나타나 삶의 질 저하
항암제 종류·투여량·유전에 따라 발병
약물·행동치료 등으로 호전 시도 가능

도움말=이창민 단국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
도움말=이창민 단국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

[충청투데이 이재범 기자] 얼마 전 대장암 3기로 수술받은 후 항암화학요법을 시작한 50대 남성 A 씨. A 씨는 항암화학요법을 시작한 두 번째 주부터 손발 저림 증상을 느끼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가벼운 불편감으로 시작됐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증상이 점점 심해졌다. 특히 차가운 물건을 만질 때 통증이 느껴지고 발바닥이 따끔거리는 듯한 감각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은 A 씨는 항암화학요법으로 인한 말초신경병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암 환자의 삶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리는 말초신경병증에 대해 단국대학교병원 신경과 이창민 교수와 함께 알아보자.


◆암 환자의 말초신경병증이란 어떤 질환인가?

주로 항암화학요법에서 유발하는 말초신경병(chemotherapy-induced peripheral neuropathy, CIPN)은 암을 치료하기 위해 투여하는 항암제에 의한 부작용으로 말초신경계가 손상돼 환자의 손발에 저림, 통증, 무딘감 등의 증상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암 환자에게 말초신경병증이 발생하는 주된 원인은 무엇인가?

암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한 항암제의 종류(platinums, taxanes, vinca alkaloids)와 투여량, 환자 개인의 유전적 소인, 기존에 앓고 있던 신경병 유무(당뇨병성, 신장병성, 갑상선기능저하증성, 결체조직병성), 감염성 질환의 유무, 신경독성이 있는 면역억제제나 항생제투여 병력 등이 암 환자에게 항암화학요법 유발 말초신경병이 발생하는 주된 위험요인이다.


◆암 환자의 말초신경병증은 단순히 통증의 문제인가?

신경병증성 통증이 환자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문제이다.

신경병 악화에 따라 항암제의 용량을 줄이거나 끊게 되는 경우에는 암에 대해 충분한 치료를 하지 못하게 되어 사망률을 높이기도 하며, 낙상으로 인해 입원할 위험을 높이는 경우도 발생하게 된다.


◆암 환자의 말초신경병증으로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은 무엇인가?

신경병증성 통증 외에도 다른 감각이상 증상, 즉 저린감, 무딘감, 화끈거림, 균형장애, 위치감각 이상 등이 환자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

또 감각이상 증상보다는 드물지만 근육경련, 근력저하, 작은 물체를 다루기 힘들어짐, 보행장애 등의 운동기능이상과 기립성 저혈압, 변비, 배뇨장애 등의 자율신경기능 이상도 나타날 수 있다.


◆항암치료가 끝나면 말초신경병증도 사라지나?

항암제의 종류나 환자의 개인차에 따라서 달라진다. 예를 들어 옥살리플래틴(oxaliplatin)에 의한 신경병은 항암치료를 마치고도 2~3개월까지는 증상이 악화됐다가 서서히 호전되는데 상지에서 먼저 호전되기 시작한다.

파클리탁셀(paclitaxel)에 의한 신경병은 치료종료시점부터 호전되기 시작한다. 항암화학요법 유발 말초신경병은 항암치료를 끝낸 후 시간이 갈수록 호전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환자의 1/3에서는 2년 이상 장기적인 증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암 환자의 말초신경병증의 치료법에는 어떤 것이 있나?

약물치료로는 둘록세틴(duloxetine)이 대표적이며, 그 외에 다양한 대증적 약물치료가 환자에 맞춰 시행될 수 있다.

행동치료로는 스트레칭, 걷기, 근력운동, 균형운동, 요가, 명상 등이 도움이 된다고 알려졌으며 비약물치료로 냉동요법, 전기자극요법 등을 시행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치료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항암제 용량을 감량하거나 투약 중단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암 환자의 말초신경병증을 예방하거나 완화할 수 있나?

항암제를 투여하기 전에 당뇨병이나 유전신경병 등에 의한 기존 말초신경병이 있는지 확인하고 신경병의 악화와 암의 치료효과를 고려해 항암제를 투약하기 시작한다. 그 외의 여러 약물들이나 침요법, 운동요법, 냉동요법, 압박요법들이 항암화학요법 유발 말초신경병을 예방하기 위해 시도됐으나 유의미한 결과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국내 암 발생률은 2020년 통계기준으로 인구 10만 명 당 482.9명으로 점점 증가하고 있다. 생존률이 증가함에 따라 암 유병자는 약 201만 명으로, 국민 25명당 한 명이 암 유병자에 해당한다. 또 항암치료를 받은 환자의 2/3에서 항암화학요법 유발 말초신경병이 나타나므로 치료가 필요한 환자 수도 적은 편이 아니다.

이창민 교수는 "말초신경병을 예방하거나 완치할 수 있는 확실한 치료법이 아직 있지 않지만 증상이 나타나면 적절한 검사와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서 증상을 조절함으로써 암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잘못된 의학상식을 깨치기 위한 YES or NO!]


1. 족욕이 암 환자의 말초신경병증의 통증 호전에 도움이 된다?

Yes. 몇몇 연구에서는 족욕이 항암화학요법 유발 말초신경병증의 통증 감소에 효과적이라는 결과를 보여줬으나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태이다.


2. 암 환자의 말초신경병증은 시간차만 있을 뿐 자연스럽게 회복된다?

No. 항암화학요법 유발 말초신경병은 항암제 치료가 완결된 후 한달 째에 가장 최고조에 이르는 68.1%의 유병률을 보이며, 6개월 이후에도 30%의 환자들이 여전히 증상을 호소한다.

 

도움말=이창민 단국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
천안=이재범 기자 news7804@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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