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위기, 충청 도약의 기회로]

[충청투데이 이심건 기자] 지난 몇 달간 탄핵 정국이 전국 정치판을 뒤흔들면서 각 지역이 겪는 혼란도 심화됐다. 충청권 역시 여야 구도와 내부 분열, 예산 확보 문제 등 복합적인 현실에 직면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역의 현안과 요구가 어떻게 반영될지 불투명하다. 특히 충청권은 세종 행정수도 완성, 충청권 광역연합, 공공기관 이전 등 굵직한 과제를 안고 있다. 권선필 목원대 경찰행정학부 교수, 원구환 한남대 행정학과 교수, 박영득 충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함께 충청권의 정치적 방향과 과제를 논의했다. 탄핵 정국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부터 정치조직 개편까지 다각도로 짚었다. <편집자 주>


권선필 목원대 경찰행정학부 교수 "충청권 협력 네트워크 구축… 중도층 대변자로 정치적 역할 확장"

탄핵 정국의 여파가 전국을 뒤흔드는 가운데, 충청권이 그동안 소외됐던 지역 이슈를 다시 부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국민의힘이 내부 갈등과 탄핵 찬반 논쟁으로 전략 부재 상태에 빠진 지금이야말로 충청권이 중도층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할 기회라는 분석이다.

권선필 교수는 "탄핵 정국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정당 구도가 급격히 바뀔 가능성은 낮다"며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충청권에 다수의 국회의원을 확보해 지역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지만, 국민의힘은 내부 갈등에 휩싸여 효과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민의힘 충청권 의원들이 탄핵 찬반 대립 속에서도 명확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권 교수는 "충청권 의원들이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오히려 중도층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기회"라며 "이들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지역 아젠다를 강하게 제기한다면 중도 유권자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충청권이 집중해야 할 핵심 이슈로 ‘청와대 완전 이전을 포함한 세종시 행정수도 정립’, ‘충청권 공동 인프라 사업’, ‘지역 경제 특화산업 개발과 공공기관 추가 이전’ 등을 꼽았다. 이 같은 현안은 특정 정당에 국한되지 않는 지역 공통 의제로 초당적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또 중앙 정치의 혼란 속에서도 지역 단위에서 결집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권 교수는 "충청권광역연합과 같은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면, 충청권이 중도층 대변자로서 정치적 역할을 확장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중앙 정치의 변동성에 휘둘리지 않고, 지역의 실질적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청권이 탄핵 정국을 단순한 정치적 혼란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역 아젠다를 선명하게 부각하고 중도 정치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을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권 교수는 "지금은 특정한 대표 주자를 세우는 것보다, 지역 의원들이 협력해 공통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호남과 영남 지역을 예로 들며 "호남은 인구에 비해 훨씬 많은 정치적 과실을 가져갔다. 이유는 지역 이슈에 대해 하나의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라며 "영남도 마찬가지다. 충청권도 특정 인물 중심이 아닌, 지속적인 사업 추진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원구환 한남대 행정학과 교수 "예산 분권 통해 지역이 자율적으로 재정 운용할 수 있어야"

충청권이 자율 정치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예산 분권과 중앙 정부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원구환 교수는 지역이 독자적인 정책을 추진하려면 국가 재정의 제약을 넘어서는 재정 분권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교수는 "지역 특성에 맞는 정책과 프로그램을 개발하려면 중앙 정부의 지원에만 의존할 수 없다"며 "예산 분권을 통해 지역이 자율적으로 재정을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행정안전부가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하기 전, 즉 3월에서 7월 사이가 중요한 시기"라며 "이 기간 동안 대선 여파와 맞물려 지역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책과 예산이 불가분의 관계라는 점도 강조됐다. 원 교수는 "어떤 사업이 왜 필요한지를 명확히 제시하고, 타 지역과 비교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예산을 끌어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결국 국회가 예산을 심의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충청권이 필요로 하는 사업을 국민의힘과 민주당 가릴 것 없이 설득해야 한다"며 "당을 초월한 협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초당적 협력은 지역 정책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필수 요소라는 점도 지적됐다. 원 교수는 "단순히 중앙 정부의 지원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지역 스스로 전략적 기획을 세우고 예산 확보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며 "이러한 과정이 충청권이 중앙 정치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발전 궤도를 그릴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득 충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인물 중심 정치서 벗어나야… 정당 조직개편·풀뿌리 민주주의 활성화 필요"

지방 정치의 본질적 문제로 ‘중앙 집중적 미디어 환경’과 ‘지방 정치인의 역량 부족’을 꼽혔다. 박영득 교수는 "지방선거가 사실상 중앙 정치의 연장선에서 치러지는 것이 현실"이라며 "지역 고유의 정치 의제가 제대로 확산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기초의회 의원들이 전문성과 비전을 갖춰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이는 충청권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지역 정치인의 육성을 위해 단순한 인물 중심의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지방 정당이 특정 인물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각 동(洞) 단위에서 당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정책 공감대를 형성하는 구조가 더 효과적"이라며 "체계적인 정당 조직 개편과 풀뿌리 민주주의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 담론 형성을 위해 지역 언론의 역할도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 교수는 "중앙 미디어가 의제를 독점하는 환경에서는 지역 정치가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며 "이를 뒷받침할 자금 지원 시스템과 정치·경제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청권이 중앙 정책을 답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자적인 전략과 비전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 박 교수의 주장이다.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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