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평 등 경제난 속 예산반납 잇따라
“내실운영 지역발전 도움” 목소리도

제천시의회. 제천시의회 제공.(왼쪽) 증평군의회. 증평군의회 제공(오른쪽)
제천시의회. 제천시의회 제공.(왼쪽) 증평군의회. 증평군의회 제공(오른쪽)

[충청투데이 이용민 기자] 경기 부진과 고환율 등으로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지면서 지방의회들이 국외연수를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역민들과 어려움을 함께 나누겠다는 취지지만 당장 경제가 어렵다고 마냥 위축되면 미래 성장 동력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최근 증평군의회는 올해 국외연수 관련 예산 5400만원을 반납했다고 밝혔다. 반납한 예산은 군과 협의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군민복지 예산으로 쓰이게 할 계획이다. 진천군의회도 올해 국외연수 예산 4400만원을 반납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예 지난해 말 2025년도 본예산을 세우는 과정에서 예산을 뺀 곳들도 있다.

지난해 폭설 피해가 컸던 음성 지역은 군의회 국외연수 예산 44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군민들과 아픔을 나누자는 공감대가 군의원들 사이에 형성됐기 때문이다.

연수비를 부당 수령한 사실이 적발돼 논란이 된 단양군의회도 본예산에서 국외 연수비 3360만원을 삭감했다.

이렇게 예산 반납이 이어지면서 아직 국외연수에 대한 입장을 정하지 않은 다른 시군의회들도 여론을 의식, 국외연수 강행이 쉽지 않은 분위기다.

지방의원의 국외 연수를 백안시 하는 이유는 그동안 관광 위주로 일정을 짜고 단발성으로 끝나 연수 효과가 미미한 사례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전에 짜임새 있게 연수 프로그램을 준비해 내실을 기하면 지역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민규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선진지의 행정이나 의회 시스템에서 보고 배울만 한 점이 있고 하다못해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굉장히 좋은 경험이 된다"면서 "뉴스에 안 좋은 얘기들이 나와 시민들의 시선을 의식해 의원들이 아무래도 몸이 사려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드는데 그냥 앉아서 교육 듣는 것보다 많이 나갈 수 있으면 많이 나가는 게 훨씬 장점이 많다"고 말했다.

사실 임기 초기 6개월도 안돼 이뤄지는 해외연수는 외유성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지역 현안 등 당면한 의정을 파악하기에는 충분치 않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지역발전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논의 과정을 거치고 밖으로 눈을 돌려 지역사정에 맞게 접목할 만한 사례를 찾고 다녀온 뒤에는 토론회 등을 열어 연수 성과를 낸다면 바람직한 의정활동이 될 수 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가 급속도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외국의 시스템들을 보고 배우고 그걸 적용시키는 게 하나의 성장동력이었다"면서 "다만 이제 우리나라가 훨씬 앞서 있는 분야도 많기 때문에 국외연수를 무작정 기피하기보다는 왜 가야 하는지에 대한 목적을 뚜렷이 세우는 과정이 보다 견고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민 기자 lympu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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