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함성곤 기자] 소아청소년과 의료진들이 열악한 근무 환경과 낮은 수가, 의료 분쟁에 따른 사법 리스크 등으로 인해 의료 현장을 떠나고 있다.
소아 청소년과는 인력과 시간을 통한 세심한 치료가 필수적인 분야로 예산을 비롯한 지속적인 신규 인력 유입이 절실하지만, ‘하이 리스크, 로우 리턴’이 만연한 현실 속에서 신규 의료진의 외면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대전의 한 대학병원에서 근무 중인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A씨는 “소아 환자는 야간과 응급진료가 많고, 보호자들의 요구와 민원 대응까지 해야 한다”며 “의료사고 발생 시 모든 책임을 의사가 져야 한다는 분위기 속에서 소아청소년과를 외면하게 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앞서 전공의 이탈 사태 이전인 2023년 전국 61개 대학병원의 상반기 레지던트 모집 결과, 소아청소년과 모집 정원 대비 확보율은 단 20%에 불과했다.
당시 충남대학교병원과 건양대학교병원, 대전을지대학교병원, 순천향대학교천안병원 등 충청권 주요 대학병원들은 단 한 명의 지원자도 받지 못하며 전공의 미달 사태를 겪었다.
의료계에서는 이러한 인력 부족 사태가 업무 환경의 악순환을 반복시키며 소아청소년과 같은 필수 과에 대한 기피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출산율 저하 속에서도 고령 산모와 이른둥이(미숙아)의 증가로 소아청소년과는 필수 의료과로 꼽히지만, 고강도 업무 대비 낮은 보상과 높은 리스크로 소아청소년과를 선택하는 신규 의료진이 줄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의료사고 발생 시 불가항력적인 요소에도 불구, 법적 책임이 전적으로 의사에게 돌아가는 구조와 보호자와의 감정 노동까지 더해지면서 의료진의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A씨는 “소아 환자들은 스스로 증상을 표현하기 어려워 해 보호자를 통해 소통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감정적 대응과 무리한 요구, 매체를 통한 비방 등으로 감정 노동이 가중된다”며 “소아청소년과 뿐 아니라 모든 의료에서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지만, 모든 사법적 책임은 의사에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소아 환자의 경우 잔여 기대 수명이 성인보다 길어 의료사고 시 성인보다 배상 규모도 커 더욱 부담이 크다”고 덧붙였다.
정부에서도 필수 의료에 대한 인력 확보를 위해 수가 인상 등 여러 지원 정책을 발표해 왔으나 현장에서는 이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의료진들은 단순한 수가 인상만으로는 소아청소년과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업무 환경의 전반적인 개선을 위한 실효성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충청권 국립병원에서 근무 중인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B씨는 “소아청소년과 인력 부족 문제는 전공의 부재 이전부터 이슈화된 심각한 문제”라며 “더 많은 인력이 떠나기 전에 진료 수당 현실화를 비롯한 민원 대응 인력 지원, 건강보험 수가 전반 재검토 등 필수 의료과목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성곤 기자 sgh0816@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