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한국도로교통공단 대전세종충남지부 안전교육부 교수
블랙아이스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발생한 대형 사고들이 블랙아이스 위험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해 11월 강원도 원주에서 53대 차량이 연쇄 추돌하며 11명이 다쳤다. 또 12월에는 경기도 안성에서 14중 추돌사고로 1명이 사망했으며 올해 1월 경기도 고양에서는 무려 100대가 넘는 차량이 연쇄 추돌하며 인명피해를 냈다. 모두 블랙아이스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사고였다.
한국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2023년) 결빙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3944건으로 사망자는 95명이 발생했다.
그중 대전·세종·충남권역 결빙 교통사고는 437건, 사망자는 20명으로 치사율이 4.6에 달했다. 같은 기간 전국 결빙 교통사고 치사율이 2.4인 것과 비교하면 충청권역의 치사율이 2배 가까이 높은 셈이다. 시간대별로는 오전 6시부터 10시 사이에 가장 많이 발생했다. 주로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새벽에서 아침 시간대 결빙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랙아이스 교통사고의 특징은 무엇일까.
첫째, 블랙아이스 교통사고는 식별이 어려워 운전자가 사전에 인지하기 어렵다. 도로에 깔린 얼음층이 매우 얇고 투명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뒤에서 들이받는 추돌사고 유형이 많다. 이때 추돌당한 첫 번째 차량에 충격력이 클 뿐만 아니라, 다시 2차, 3차, 4차 그 이상의 연쇄추돌사고로 이어지면서 수많은 사람을 사상하는 사고가 일어난다. 셋째, 대형 사고의 위험이 높다. 블랙아이스에 의해 차량이 순간적으로 미끄러지게 되면 급제동이나 방향 전환 등 차량 제어가 어려워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 일단 사고 상황에 휘말리게 되면 마땅한 대처 방법이 없기 때문에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결빙 교통사고의 치사율은 일반 도로 치사율보다 1.7배 높으며 특히 고속도로에서는 3배 이상 높다.
블랙아이스 사고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습관은 감속과 안전거리 확보다. 주행 전 상습 결빙 구간을 미리 확인하고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감속 운전을 해야 한다. 특히 고가도로, 터널 진·출입구간, 그늘진 도로는 블랙아이스 현상이 심하기 때문에 서행은 필수다. 결빙 도로에서는 제동거리가 평소보다 길어지기 때문에 혹시라도 미끄러질 경우를 대비해 앞차와의 안전거리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또한 급조작, 급가속, 급회전을 삼가야 한다. 결빙 도로 상황에서 브레이크를 갑자기 세게 밟을 경우 차가 통제력을 잃을 수 있다. 제동이 필요한 경우 엔진브레이크로 변속하고 여러 번 나누어 풋브레이크를 밟는 것이 좋다.
사고 예방을 위해 스노우타이어나 스노우체인을 활용하는 방법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스노우타이어나 체인을 활용하는 방법은 보조적인 수단일 뿐이다. 블랙아이스 사고를 예방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감속과 안전거리 확보임을 반드시 기억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