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진 충북본사 선임기자
한 나그네가 어느 집 앞을 지나다 우연히 그 집의 굴뚝을 바라보니, 굴뚝은 반듯하게 뚫려 있고 굴뚝 옆에는 땔감이 잔뜩 쌓여 있었다고 한다.
나그네는 주인에게 굴뚝의 구멍을 꼬불꼬불하게 만들고 땔감은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말했지만, 주인은 나그네의 말을 무시했다.
며칠 뒤 그 집에 큰 불이 나 동네 사람들이 힘을 합쳐 겨우 주인을 구해냈다. 주인은 고마움에 술과 음식을 마련, 동네 사람들을 대접했다. 나그네도 그 자리에 있었다. 나그네는 주인에게 "그 때 내 말을 들었다면 불이 나지도 않았을 뿐더러, 술과 음식을 마련하느라 괜한 돈을 쓰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곡돌사신(曲突徙薪)’의 교훈이다. 한서(漢書) 곽광전편(藿光傳篇)에 나오는 말로, ‘굴뚝을 꼬불꼬불하게 만들고, 아궁이 근처의 나무를 다른 곳으로 옮긴다‘는 말로, 화근을 미리 방지해야 한다는 의미다.
충북도가 추진중인 오송역 선하부지 복합문화시설 조성사업을 취재하다보니 딱 떠오르는 말이다.
오송역 선하부지 복합문화시설은 필로티 구조의 2층 가설건축물로, 홍보관과 전시·회의시설로 사용할 예정이다.
효용성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다중이용시설인 만큼 무엇보다 안전대책이 중요한 것은 자명한 일.
그러나 도청 안팎의 조언을 무시한 채 각종 화재 사고에서 초기 진압 효과가 검증된 스프링클러 설치를 제외했다.
물론 건축·소방 관련법상 가설건축물이다보니, 스프링클러 의무설치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법적으로 사용기간 연장 제한이 없는 만큼 최초 허용기간인 3년이 지나도 사용기한을 계속 연장, 사실상 반영구시설로 사용할 것은 뻔하다.
법적 여부를 떠나 화재에 취약한 필로티 구조인 데다, 다중이용시설이자 교량 연접시설이라는 특성상 안전대책이 과하다고 해서 비난받을 일은 없다.
스프링클러 설치 비용이 수십억원 드는 것도 아니다. 2억 5000만원에서 3억원 정도면 가능하다.
‘문화의 바다’ 조성사업에 수천억원을 들인다고 하면서, 예산낭비 논란에도 100억원 가까운 돈을 들여 노후 건물을 매입하면서도 고작 몇 억원이 없어서 화재 예방시설 설치를 배제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선하부지 소유주인 한국철도공단이 구조물 안전대책 차원에서 스프링클러 설치를 요구하자, 이제서야 설계변경을 검토한다고 한다. 김 지사와 충북도는 ‘곡돌사신’의 집주인과 다를 게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