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

다사다난했던 갑진년이 저물었다. 대화와 타협은 사라지고 극단적인 대립이 모두에게 상처를 남긴 한 해였다.

국내외를 막론한 정치인 테러 사건들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정치적 갈등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의료대란이 장기화하며 환자들의 고통이 가중되었고, 얼어붙은 경제에 서민과 자영업자의 한숨이 커졌다.

희소식도 있었다. 한강 작가가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한국 문학의 세계적인 위상을 높였다.

혼란한 국내외 정세에서도 지역은 지역 나름의 역할과 임무에 충실하고자 노력했다.

우리 도의회도 지역의 주요 정책과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하고,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의정토론회와 연구모임, 정책간담회 등을 활발하게 열고, 현장 방문이나 지역민원상담소 운영을 통해 지역주민과 소통의 폭을 크게 넓혔다.

도의회 내의 민주적 거버넌스를 체계화하기 위해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 교섭단체, 의회사무처 임직원 간 소통도 강화했다.

무엇보다 구태를 탈피하고, 형식이 아닌 본질에 집중하고자 노력했으며, 그 결과 의회 행정사무감사가 끝난 뒤 충남도공무원노동조합으로부터 ‘관행을 벗어나 달라진 의회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갈 길은 멀고, 녹록지 않아 보인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은 끝이 보이지 않고, 미중 경쟁 격화로 외교·안보의 불확실성이 여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국의 혼란과 고물가로 타격받은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충남도 인구위기 대응, 메가시티와 행정통합 논의, 친환경 에너지 전환과 의료인프라 확충 등 지역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중요한 이슈들이 산적해 있다.

시국이 어려울수록 의회는 의회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

어떤 사회적 격변 속에서도 지역은 지금까지 그래왔듯 지역의 역량을 발휘할 것이다. 주민의 대표자로서 의원들은 도덕적 기준을 높이고 품위 있는 의정활동을 통해 주민으로부터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철저한 성찰을 통해 판단하고 의미 있는 정책을 도출함으로써,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공동체의 안위를 챙겨야 한다.

우리 충남도의회와 모든 공직자들은 스스로를 갈고 닦아 지역사회를 편안하게 할 수 있도록 수기안인(修己安人)의 자세를 깊이 새길 것을 약속 드린다.

다가오는 새해에 대한 기대로 가득했을 지난해 말, 우리는 너무나 아픈 참사를 목도했다. 국가적 슬픔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희망을 말하는 것조차 조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 어느 때보다 온기가 절실한 시기다. 을사년은 상처받은 마음을 서로 보듬어줄 수 있는 따뜻한 마음으로 가득 찬 한 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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