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외국어 역명 변경 과정서 어색한 표현 수두룩
없는 표현·여러 언어 혼재돼…외국인 지명검색 어려움
외국인 관광객 늘면서 외국어 병기 역명 바로 잡아야

중국어 안내문구가 있어야할 자리에 ‘西大田네거리’라고 한자와 한글이 혼재돼 있다. 사진=신동길 수습기자
중국어 안내문구가 있어야할 자리에 ‘西大田네거리’라고 한자와 한글이 혼재돼 있다. 사진=신동길 수습기자
한자병기가 서대전사가(西大田四街)로 표기돼 있다. 사진=신동길 수습기자
한자병기가 서대전사가(西大田四街)로 표기돼 있다. 사진=신동길 수습기자

[충청투데이 서유빈·신동길 기자] #. 올해 9월 카이스트 교환학생으로 대전에 온 중국 출신의 위에위에(27) 씨는 처음 지하철을 이용하곤 당황을 금치 못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외국어 병기 역명 때문이다. 다른 나라 교환학생 친구들과의 모임 장소가 서대전네거리역이라는 영어 공지(Seodaejeon Junction)를 보고 곧장 모국어로 번역해 지도에서 찾았지만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단기로 온 교환학생은 의역이 아닌 음역된 경우 지명검색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고 토로했다.

대전 지하철 내 일부 외국어 표기가 오역돼 있어 외국인 이용객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지역 내 거주하는 등록 외국인이 늘고 있고 외국인 관광객도 증가세인 만큼 외국어 병기 역명 오역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1일 대전 지하철 역사를 돌아보니 서대전네거리역, 월드컵경기장역, 현충원역, 시청역 등의 한자 병기 역명이 다소 어색하게 표기돼 있었다.

한국어 역명을 한자 등 다른 언어로 바꿔 적는 과정에서 중국어나 일본어에 없는 표현이거나 여러 언어가 혼재돼 있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서대전네거리역의 한자 병기는 서대전사가(西大田四街)로 돼 있는데 여기서 ‘사가’라는 표현은 중국어에 없는 표현이다.

전문가들은 역명 한자 표기의 대상을 명확히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한다.

강혜근 충남대 중어중문학과 교수는 “서대전네거리역의 한자 병기 표기가 중국어 사용자들은 위한 거라면 十字路口(십자로구)라고 해야 한다”며 “지하철 내 안내화면 중국어표기는 ‘西大田(서대전) 네거리’로 한자와 한글이 혼재돼 있는데 이는 명백한 오류“라고 설명했다.

이어 “월드컵경기장역도 세계배경기장(世界杯競技場)이라고 써있지만 중국에서 경기장이라는 용어는 쓰지 않으니 赛场(새장)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월드컵경기장역이 세계배경기장(世界杯競技場)이라고 표기돼 있다. 사진=신동길 수습기자
월드컵경기장역이 세계배경기장(世界杯競技場)이라고 표기돼 있다. 사진=신동길 수습기자
지하철 내 안내화면에서 경기장이 음차 가타카나 한국어 발음인 キョンギジャン(경기장)으로 쓰여있다. 사진=신동길 수습기자
지하철 내 안내화면에서 경기장이 음차 가타카나 한국어 발음인 キョンギジャン(경기장)으로 쓰여있다. 사진=신동길 수습기자

또 정향재 한남대 일어일문과 교수는 “서대전사가의 ‘사가’라는 표현은 일본어에선 네번째거리라는 뜻이니 네거리와는 큰 차이가 있고 일본어로 표현하고자 했다면 交差点(교차점)을 썼어야 한다“며 “월드컵경기장역도 세계배(世界杯)라는 말은 일본에서 쓰지 않고 ワールドカップ(월드컵)라고 표기한다. 지하철 내 안내화면에선 경기장은 음차 가타카나 한국어 발음인 キョンギジャン(경기장)으로 쓰고 있는데 이 경우 スタジアム(스타디움)이라는 표현으로 수정하는 편이 매끄럽다”고 주장했다.

올해 9월 기준 대전 거주 등록 외국인 수는 2만 5000여명으로 3년 전인 2021년 9월(1만 7000여명)보다 47.06% 증가했다.

특히 한자 문화권(한국계 중국인, 중국, 대만, 홍콩, 일본) 출신 외국인은 총 5603명으로 전체 거주 외국인 중 21.90%를 차지한다.

이처럼 지역 내 거주하는 한자 문화권 외국인이 늘고 있고 대전을 찾는 중국, 일본 출신 관광객들도 증가하면서 외국어 병기 역명을 제대로 바로 잡을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전교통공사는 “역사 내 한자표기는 2003년 대전시 지명위원회에서 지정한 후 20년이 넘게 바뀌지 않았고 이 한자표기를 수정하는 부분은 지명위원회를 관리하는 부분은 대전시 도시주택국 소관이기 때문에 공사 측에서도 함부로 건드리기가 어렵다“며 “다만 지하철 내 안내화면은 내년 우송대 솔브릿지 대학 유학생 명예 홍보대사들과 협업해 오역된 부분은 바로잡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유빈 기자 syb@cctoday.co.kr

신동길 기자 sdg12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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