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선 대전광역시의회 교육위원장
교육 현장에서도 AI 기반의 교육 환경을 조성하는 일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중 AI 디지털 교과서의 도입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고, 교육 불평등과 학습 격차를 해소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0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교육부에 AI 디지털 교과서의 도입 과목과 시기를 일부 조정할 것을 건의했다. 교육부는 이를 반영해 수학·영어·정보 과목은 계획대로 내년에 도입하되, 초등의 사회·과학과 중등의 과학 과목은 도입 시기를 2027년으로 연기하고 초·중·고등의 국어와 기술·가정(실과) 과목은 적용 교과에서 제외했다.
올해 초 교육부가 ‘교실 혁명’을 발표하며 AI 디지털 교과서 현장 적용을 내세웠지만, 도입을 불과 100여 일 앞둔 시점에서 도입 과목과 시기를 조정하며 한발 물러선 것이다.
그러나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두고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그동안 AI 디지털 교과서의 실효성과 예산 부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결국 해소되지 않고 있으며, 이에 따른 교육 현장에서의 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우선 AI 디지털 교과서 76종이 지난달 29일에서야 검정을 통과하면서, 교육 현장의 호환성 검토와 교과서 선정까지의 절차를 3개월 안에 마무리해야 한다. 관련 교육을 담당할 교사를 양성하는 일도 만만치 않은 문제다. 올해 교육부에서 선도 교사 1만 2000여 명을 대상으로 관련 연수를 진행했지만, AI 디지털 교과서와 기존 서책형 교과서의 활용 방안도 명확하게 수립되지 않아 반쪽짜리 교육에 그칠 우려가 크다.
게다가 국회 교육위원회가 지난달 28일 AI 디지털 교과서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정책 집행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든다. 이 법안이 이달 국회 본회의에서 그대로 통과된다면 향후 학교장 재량에 따라 AI 디지털 교과서의 사용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학교와 지역 간 AI 교육 자원의 불평등으로 인해 오히려 공교육 내에서 교육격차가 심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디지털 기기 과몰입과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은 학생들의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이 1시간씩 증가할수록 학업 성취도가 3점씩 낮아지는 점을 지적했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서는 청소년들이 일상 어휘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주된 원인을 디지털 기기의 과다 사용으로 지목했다.
교육이 변화시키는 것은 기술이 아닌 사람이다.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이 ‘기대’가 아닌 ‘걱정’이 되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디지털 교과서 도입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공감대를 확대하고, 향후 활용 실태를 면밀하게 분석한 구체적인 발전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