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철모 대전 서구청장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작지만 가장 잘 사는 나라 모나코. 지난해 세계은행과 UN이 공개한 모나코의 1인당 GDP는 24만 달러를 웃돌며 전 세계 1위를 기록했다. 한국의 6배가 넘는 수치다.
국가 면적이 인천공항보다도 작은 2㎢에 불과한 이 나라가 이렇게 부유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모나코의 성장 비결은 ‘면세 전략’이었다. 모나코의 샤를 3세는 1869년 국가의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거주 국민을 대상으로 소득세를 폐지했고, 프랑스와 전 세계 부자들이 이 나라로 모이기 시작했다. 현재도 소득세가 존재하지 않고 현지 기업에 대한 법인세와 배당세도 부과하지 않는다.
이후 모나코는 금융업, 보석업, 무역업 등을 발전시키며 국가 발전의 토대를 닦았다. 모나코의 성장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조세 혜택과 규제 특례가 사람과 자본을 모이게 하고, 지역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을 대전 서구에도 적용해 보고자 취임 직후부터 민선 8기 공약사업으로 추진한 것이 만년동·월평동의‘콘텐츠 영상 특구 지정’이다. 만년동 일대는 정부대전청사·대전예술의전당 등 공공기관이 밀집해 있고 문화·상업 환경이 뛰어난 지역이지만 경제 산업적 측면에서는 장기적인 성장 모멘텀이 없어 발전이 정체되는 지역이었다.
하지만 갑천 맞은편 유성구 도룡동·어은동의 특수영상 인프라에 주목했다. 만년동과 도룡동 일대에는 오징어게임이 촬영된 스튜디오큐브,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대전콘텐츠기업지원센터 등의 콘텐츠 인프라가 풍부하다. 이러한 특색을 살리고자 임기 초 유성구와 업무협약을 맺고 사전 타당성 조사 용역비 1억 원을 전액 부담하며 특구 지정에 올인했다.
2년여 간의 노력 끝에 최근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대전 갑천 일대가 ‘특수영상 콘텐츠 지역특화발전특구’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2029년까지 5년간 1767억 원을 들여 특수 영상콘텐츠산업 고도화 지원, 인프라 구축 등의 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특화사업 추진을 위해 특허법 등 5개 규제 특례 혜택도 받게 되어, 기업 유치와 정주·생활 인구 증대는 물론 지역인재 양성을 통한 고용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지역에 축적된 역량과 가치를 규제 혁신과 특례를 통해 새로운 가치로 발전시키는 것. 인프라가 풍부한 이 시대에 필요한 전략이다. 오늘도 사람과 자본이 모이고 살기 좋은 서구를 위해 한발 더 나아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