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아산FC 홈구장 잔디교체로 천안종합운동장 임시 홈구장
"지역 연고 흔드는 행동" 제피로스 성명서 통해 불쾌감 보여
박상돈 천안시장 "큰 집이니 큰 형답게" 면담 등 양해 구해
운동장 일부 근조화환서 부적절한 표현…관람객 아쉬움↑
[충청투데이 이재범 기자] ‘개보다 못한 태흠 XX’, ‘개 같은 상돈 XX’
충남아산FC와 대구FC와의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린 28일 천안시티FC 팬들이 경기장 인근에 항의의 표시로 설치한 근조화환 문구 일부가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9일 지역 축구계 등에 따르면 천안시티FC 서포터즈인 제피로스는 전날 오후 천안종합운동장 인근에 근조화환을 대거 설치했다. 이웃 도시 아산을 연고로 하는 충남아산FC의 홈구장인 이순신종합운동장이 잔디 교체 공사로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천안종합운동장이 임시 홈구장으로 정해졌다.
이에 제피로스는 지난 12일과 21일 입장문과 성명서를 내고 이 같은 결정에 반대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들은 첫 입장문에서 “프로축구의 지역연고 근간을 흔드는 비상식적이고 몰상식한 행동”이라며 “승강PO는 축구연고가 없는 충남 또는 원 소속팀이 없는 다른 지역에서 개최를 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이후 성명서에선 “천안시는 이웃도시와 상생과 협력을 위해 대관을 허락했다고 하나 과연 누구를 위한 상생과 협력인가”라며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처럼 서포터즈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자 박상돈 천안시장은 지난 26일 오후 시청 집무실에서 제피로스 회장을 비롯한 집행부들을 만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양해를 구했다.
이 자리에서 박 시장은 운동장 대관을 승인하게 된 경위를 설명하면서 “축구 외의 다른 분야에서 보면 우리가 큰 형이자 큰 집이다. 대승적으로 허가해줬다”고 말했다고 한다. 박 시장은 “미안하다”는 표현까지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면담에서 제피로스는 자신들의 뜻을 전달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고, 박 시장은 “그래도 큰 집이니까 큰 형다운 행동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 끝에 근조화환이 설치됐다. 운동장 내에서도 항의성 현수막이 경기 시작전과 종료 후 잠시 걸렸다. ‘천안종합운동장은 천안시민의 것’, ‘찍어누르기 행정 우리는 분노한다’ 등 대부분의 문구는 축구팬은 물론 시민들도 납득할 만한 내용으로 표현됐다.
하지만 일부 문구는 다소 부적절한 표현이 사용됐다. 도지사와 시장을 향한 욕설이 연상되는 문구와 박 시장을 마치 도지사의 하수인처럼 표현한 내용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구는 같은 날 유관순체육관에서 치러진 현대캐피탈과 OK저축은행과의 프로배구를 보러 온 관중들에게도 고스란히 노출됐다.
시민 고모(28·불당동) 씨는 “팬들의 불만은 이해되는데 저런 표현은 아닌 것 같다. 보는 순간 눈살이 찌푸려졌다. 서포터즈의 수준을 낮춘 것 같아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양 팀 간의 경기는 충남아산이 4대 3으로 대구를 꺾고 K리그1 승격에 한발 다가섰다. 2차전은 내달 1일 대구에서 열린다.
이재범 기자 news7804@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