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남도청 전경. 사진=연합뉴스 제공
충남도청 전경. 사진=연합뉴스 제공

충남도내에 거주하는 주거취약 가구의 20%는 재난 발생 시 자력으로 대피하기 어렵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충남도 기후위기와 주거권 실태조사 연구용역’ 중간보고에서다. 주거환경이 취약한 50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고 한다. 재난 발생 시 자력으로 대피하기 어려운 가구는 500가구 중 100가구(20.0%)로 나타났다. 이렇게 많은 가구가 재난 발생 시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건 보통문제가 아니다. 가뜩이나 이상기후로 폭우, 폭설, 산사태가 자주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령자와 1인가구의 증가는 사고 발생 시 구조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충남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번 조사에서도 65세 이상 고령자가 372가구(74.4%), 1인가구가 209가구(41.8%)로 높았다. 고령자 중에는 질병을 앓는 이가 꽤 많다. 이들은 집이 무너지거나 침수되는 등 재난 발생 시 혼자의 힘으로 대피하기 어려워 조력이 필요하다. 1인가구도 마찬가지다.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집사이가 멀리 떨어져 있을 경우 더욱 그렇다.

도민들은 재난 피해 예방을 위해 주택 내 침수 방지시설(23.7%), 주택 내 소방시설(23.3%), 산사태 방지시설(21.1%) 등의 순으로 신규설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예상했던 대로다. 지난 9월 충남에 집중호우가 쏟아져 큰 피해를 냈다. 서산시 동문동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해 주택 거주자 4명이 긴급히 몸을 피했다. 앞서 7월에는 충남 서천 비인면에서 산사태로 주택이 붕괴돼 1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대처를 철저히 했더라면 사고를 막았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기후위기가 아니더라도 지하층에 거주하거나 지은 지 오래된 건물에 거주하는 등 주거취약 가구를 적극 발굴해야 한다. 사고가 난 다음에 대처하는 건 이미 늦다. 무엇보다 자력으로 대피하기 어려운 가구가 신속히 대피할 수 있는 지원체계 마련이 절실하다. 이런 면에서 충남도가 기후위기와 주거권에 관한 조사를 전국 광역지자체 중 최초로 실시한 건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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