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북도청[충북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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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충북지사가 국가안보시설인 충무시설을 문화시설로 변경하고 있다. 설치된 지 50년이 되면서 노후화, 충무시설로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게 표면적 이유다. 충무시설이 노후화돼 제 기능을 못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면 이를 대체할 새로운 시설 설치도 당연하다. 하지만 김 지사는 기존 충무시설을 문화시설로 바꾸는 데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반면 새로운 충무시설 확보에는 미온적이다.

충무시설은 전쟁 등 국가 비상사태시 지휘본부와 대피시설로 이용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시설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면적을 확보하고 방폭·방탄 기능과 함께 화생방·EMP(전자기 파동) 공격을 막아낼 수 있도록 설계·건축해야 한다. 하지만 충북도는 기존 충무시설을 문화시설로 변경하면서 대체할 수 있는 충무시설은 제대로 설치하지 않은 채 도 산하기관 지하에 임시 시설을 마련했다. 그러나 임시시설은 관련 규정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형식적으로 설치된 데다, 건축법 등 관련법규에도 위배되는 사실상 불법시설이다. 기존 충무시설을 수백억원이나 들여 문화시설로 변경하기 위해 건축물 용도변경 등 발빠르게 대처하는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더욱이 정부로부터 충무시설 보강공사를 위해 받은 특별교부세 10억원을 기존 충무시설 방수공사 등에 사용했다고는 하지만, 문화시설로 변경된 만큼 충무시설 보강사업비로 사용했다고 볼 수도 없다.

기존 충무시설 사용이 어렵다면 대체시설 설치 때까지 보수해서 사용하면 될 일이지, 보강 사업비까지 받아놓곤 임시 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예산 전용 논란의 빌미가 될 수도 있는 사안이며, 임시 충무시설 설치에도 6억5000만원이나 소요됐으니 예산 낭비 사례로 지적될 수도 있다. 특히 국가안보 위기론이 확산되는 현 상황에서 평시 활용성이 떨어진다고 해서 충무시설의 중요성을 간과해선 안된다. 만일의 사태 발생시 지휘본부와 대피소 역할을 수행해야 할 충무시설을 형식적으로만 설치하는 것은 국가안보보다 단체장의 치적을 중시한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따라서 충북도는 이제라도 관련 법규에 맞는 충무시설 설치에 대해 적극 나서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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