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에 사과하는 내용 담겨… 공판 진술과 일부 배치
수행비서 동석 여부엔 “기억나지 않는다” 반문하기도
내달 18일 선고 공판… 초대형 ‘성비위’ 결말에 관심
[충청투데이 이재범 기자] ‘보좌관 성추행’ 혐의와 관련해 “강제 추행은 결단코 없었다”는 박완주 전 국회의원의 주장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드러났다.
충청투데이는 해당 사건이 일어난 지 3개월 여 후 박 전 의원이 피해자 A 씨에게 당시의 일을 사과하는 내용의 통화 녹음파일을 단독 입수했다.
해당 통화는 지난 2022년 3월 3일 이뤄졌다. A 씨에 따르면 성추행이 일어난 2021년 12월 9일 이후 당사자들 간에 이뤄진 첫 통화였다. 박 전 의원은 통화에서 “네가 그렇게 힘들어하는 줄은 진짜 몰랐다. 나는 그날 일이 그냥 니가 이해하고 해프닝으로 넘길 줄 알았던 것 자체가 미안하다”고 말한다.
당시 통화에서 박 전 의원은 목소리를 한껏 낮춰 사죄하는 투로 연신 “미안하다”는 말을 꺼냈다. 3선 국회의원이자 당시 집권 여당 서열 3위로 불릴 만큼 요직인 정책위 의장직을 수행했던 유력 정치인의 당당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박 전 의원은 또 “나는 진짜 그때 너를 여자로 보고 이런 건 아니다”라면서도 사건이 발생한 노래방에서 수행비서가 동석했던 사실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B(수행비서)도 같이 들어갔던 거야?”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같은 통화 내용은 30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4부에서 진행된 공판에서 박 전 의원이 펼친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피고인 자격으로 증인석에 앉은 그는 사건이 일어난 당시의 일들을 “모두 기억한다”고 진술했다. 변호인과의 신문 과정에서 박 전 의원은 그날 저녁의 일들을 소상히 답변했다.
술을 몇 병을 마셨고 노래방에선 어떤 노래들을 불렀으며 자리 배치에 이어 주된 대화는 의원실 직원 승진과 관련된 것들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입맞춤’ 등 피해자가 주장하는 신체접촉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피해자가 거세게 저항하며 정강이를 찼다는 주장과 성관계를 암시하는 듯한 말을 했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이 또한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최후 진술에서도 “고소인이 주장하는 강제 추행은 결단코 없었다”고 강조했다. 재판장이 “당시 상황을 다 기억하는 것이냐”고 두 차례 정도 되물은 배경이기도 하다.
특히 이날 공판에선 피해자가 사건 며칠 뒤 박 전 의원에게 보낸 메시지가 공개됐다. 피해자는 해당 메시지에서 ‘너무도 충격’, ‘의장님과의 지난 18년 시간이 통째로 부정될 만한 일’, ‘저에게 하신 실수가 첨이자 마지막이시길’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러나 박 전 의원은 이 메시지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재판장은 “피고인 주장대로 그날 아무런 일이 없었다고 한다면 저 메시지에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라고 반문할 것 같은데 왜 그러지 않았냐”라고 지적할 정도였다.
공판에선 오피스텔 지하주차장에서 있었던 일에 대한 피고인 신문도 진행됐다. 주차장에 도착한 뒤 “올라가서 술 한잔 더하자”고 요구한 부분에 대해 박 전 의원은 “사실이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완력으로 피해자 당기거나 한 사실은 “없다”고 부인했다. “팔목을 잡고 내리라고 한 것이지 완력이나 폭력은 아니었다”고 답했다.
박 전 의원은 그때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운전석에 있던 수행비서가 자신을 돌아보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정작 수행비서 B 씨는 지난 3월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자리에서 당시 상황을 주시하지 않고 “일부만 룸미러를 통해 본 것”이라고 진술했다. 박 전 의원과 수행비서 둘 중 하나는 사실이 아닌 내용을 진술했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대목이다.
한편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박 전 의원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해 달라고 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국회의원으로서 사실상 별정직 공무원인 취약한 지위에 있는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했다”며 “그로 인해 피해자는 트라우마로 극심한 피해를 받고 있다. 명예훼손으로 2차 피해가 발생한 점 등을 고려해달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오는 12월 18일을 선고 공판 기일로 잡았다. 2022년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터졌던 초대형 ‘성비위’ 사건이 어떤 결말로 끝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재범 기자 news7804@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