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구 미래건설연구원장(공학박사)

대전은 흔히 살기 좋은 도시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성심당의 인기 덕분에 ‘노잼도시’라는 오명도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주변 인프라와 접근성, 쾌적한 도시 환경, 그리고 대덕특구와 정부청사 등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 생활이 편리하다는 점이 대전의 매력이다. 하지만 일자리의 다양성 부족으로 청년층의 대전 이탈 문제가 있다. 150만 인구에 비해 산업기반과 대기업, 제조업 등 청년을 위한 일자리가 부족하며, 공들여 육성한 고급인재의 수도권 유출도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은행 지역 간 인구이동 보고서에 따르면, 대전에서 육성한 인재들이 부가가치를 창출할 시기가 오면 대부분 수도권으로 떠나며 순유출이 확대되는 추세로 밝혀졌다. 이는 대전의 경제 활력과 성장 가능성을 저해하며 도시의 미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인적 자본 유출의 원인은 일자리 부족과 다양성 결여다. 대전은 과학기술 연구 중심의 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산업 분야 다각화에 제한적이다. 카이스트 등 고급인재 풀이 있음에도 IT 관련 일자리나 기업 투자가 부족한 현실이 아쉽다. 또 지역 거점 대학이 지역 발전과 연계된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물론 일자리 부족을 단번에 해결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수도권의 고비용으로 인해 탈출을 모색하는 다양한 일자리 수요를 대전으로 끌어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작은 변화들이 모여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면, 결국 쾌적하고 가성비 좋은 도시에 대한 기업과 노동자의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 특히 전국 어디든 갈 수 있는 대전의 위치적 유리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청년의 수도권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대전이 수도권이 제공하지 못하는 삶의 가치를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수도권의 주거비가 높아지고 광역시의 주거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것은 대전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고학력 인재들조차 현재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서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누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전은 저렴하면서도 사회문화적 기능이 충분하다면 지방에서 가장 유력한 이주 후보지로 손색이 없다. 주거공급과 함께 도시의 사회·문화 인프라 확충을 위한 외연의 확장도 중요하다.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비대해진 수도권에 대항하기 위해 충청권 메가시티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유동인구의 확대는 기업의 투자를 가져오므로, 대전이 메가시티의 중심축 역할을 할 때 충청권 문화수도로서 그 특수성을 강화할 수 있다. 최근 대전시가 유치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머크사와 같은 외국인 직접투자는 상당히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이는 대전의 과학기술 중심 도시로서의 역할 그리고 고급 인재 양성 등 다양한 요소가 결합한 결과이다. 이는 대전의 산업 기반을 강화하고 기업과 연구 기관 간의 협력을 촉진할 수 있다. 다양한 산업이 공존하는 산업 생태계의 구축은 경제적 활력에 기폭제가 될 것이다. 이는 대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신호탄이 될 수 있으며 일자리 창출과 인재 유입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정감사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충청권 광역철도, 경부선·호남선 철도지하화, 대전권 제2외곽순환도로, 방사청 완전 이전 차질 등 공약 및 지역현안에 빨간불이 켜질 때 마다 지역의 결집과 정치력 부족 등에 따른 실망감이 크다. 충청권 메가시티가 이뤄져 지방정부의 역량을 키우고 결집된 파트너십을 발휘할 때 지역균형발전과 지역경제의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의 투자를 유인하고 산업 활동이 활발히 이뤄지도록 젊은이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일류 경제도시 실현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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