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6기 군민중심의 적극행정 실현
주민분열·불필요 사회적 비용 최소화
플랫폼 ‘밴드’ 활용 온라인창구 운영
생활불편민원 처리기간 단축효과 커
처리과정도 실시간으로 주민에 안내
가입자 연령별 10~60대 고르게 분포
군정발전 방향 의견도 활발히 제시
지역공동체의식 형성·강화에도 한몫
현장서 답 찾는 ‘우문현답행정’ 눈길
문서 만능주의 타파 군민 의견 청취
"진정한 주민자치 롤모델 거듭날것"
[충청투데이 김진식 기자]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쌍방향 소통체계를 만들어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지방자치단체 살림살이에 반영하는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grassroots democracy)를 실현하고 있는 지자체가 있다. 이 지자체는 주민과 소통을 위해 먼저 온라인 에선 ‘소통공감 행복증평 밴드’를, 오프라인에서는 ‘우문현답 행정’을 펼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다양한 소통채널을 운영하는 이유는 소통부재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겠다는 단체장의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이처럼 다양한 소통방식으로 풀뿌리 민주주의와 지방자치를 실현하고 있는 지자체는 대한민국의 정중앙에 위치한 충북 증평군이다. 취임 후 끊임없이 주민들과 소통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군정에 반영하기 위해 애쓰는 이재영 증평군수를 만나 ‘소통공감 행복증평 밴드’ 운영 결과 등을 자세하게 들어봤다.
◆주민 중심‘소통공감 행복증평 밴드’운영
증평군은 민선 6기 출범과 함께 새로운 전략목표 추진을 위해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 첫 번째 핵심 키워드가 ‘군민중심의 적극행정’실현이다. ‘군민중심의 적극행정’은 정책수립 단계부터 군민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행정의 신뢰도를 향상시키고, 갈등으로 인한 주민 분열과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 발생을 최소화하겠다는 ‘풀뿌리 주민자치의 실현’을 의미한다.
군은 이를 위해 2022년 8월에 인터넷 활용 플랫폼 ‘밴드’를 활용한 온라인 소통창구 ‘소통공감 행복증평 밴드’를 출범했다.
소통공감 행복증평 밴드는 생활불편 정책제안 군정홍보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공공 소통창구다. 기존 공공기관의 일방적 누리소통망 관리방식에서 벗어나 주민이라면 누구나 소통할 수 있는 양방향 관계 맺기는 전국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소통 방식이다. 증평군만의 독특한 소통방식은 지역 내 여러 긍정적인 효과를 도출했다.
◆생활불편사항 신속처리로 만족도 제고
증평 밴드의 가장 큰 장점은 생활불편민원의 처리기간을 크게 단축시켰다는 점이다. 기존 국민신문고 등 법정 민원처리 시스템을 통해 민원을 신청할 경우 처리기한은 민원 성격에 따라 접수일부터 최대 7일에서 14일 이내다. 하지만 행복증평 밴드는 생활 불편사항의 신속 처리를 지향한다. 즉시 처리가 가능한 민원은 바로 해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2022년 1월부터 2024년 9월까지 밴드를 통해 접수된 총 988건의 민원 처리 기한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민원이 접수일로부터 1~3일 이내에 처리됐다.
이에 그치지 않고 ‘소통공감 행복증평 밴드’는 민원 처리 과정을 실시간으로 주민들에게 안내한다. 실제 민원인이 밴드를 통해 민원을 신청할 경우 운영자 확인, 담당자 현장확인, 처리결과 안내 순으로 접수부터 처리까지 진행 과정을 실시간 댓글로 안내한다.
그동안의 방식과는 다른 군민중심의 민원처리 방식은 지역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밴드에서 활동 중인 윤정노 씨는 "그동안 민원 해결을 위해서는 전화나 군청 방문의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지금은 간편하게 밴드를 통해 다양한 민원을 처리하고 있으며, 실제 처리도 빨라 너무나 만족하고 있다"며 밴드 운영에 대한 감사를 전했다.
◆높은 활용도, 지역대표 소통 커뮤니티로 성장
행복증평 밴드 가입자 현황을 살펴보면 여성 978명(56%), 남성 769명(44%)으로 성별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 연령별 10~60대 이르기까지 고르게 분포하고 있다. 다양한 연령대의 주민들이 참여하고 있는 만큼 연령별 관심사를 확인할 수 있고 이는 세대별 맞춤형 정책으로 이어지고 있다. 밴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주민들은 단순 생활불편 사항의 신고뿐만 아니라 군정발전 방향에 대한 의견도 활발히 제시한다.
이에 밴드의 활성도가 크게 증가했다. 2024년 9월 30일 기준, 1일 접속자 평균 380명, 1일 콘텐츠 작성자 평균은 13명에 달한다. 밴드 활성도가 증가함에 따라 가입자 증가→콘텐츠 증가→활성도 증가의 선순환 구조가 구축됐다. 소통공감 행복증평 밴드는 지역 내 최대 소통커뮤니티로 성장했고, 소통문화 확산에 크게 기여했다.
◆지역공동체 바탕 ‘자치’ 움직임
일상에서 발생하는 지역 문제들은 주민참여와 협력 없이 행정기관이 독자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에 지역공동체의식을 형성하고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다. 이런 이유로 ‘소통공감 행복증평 밴드’의 가치가 더욱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밴드에 자주 등록되는 게시글 유형 중 하나가 증평군의 대표적 휴식과 문화예술의 공간인 보강천 미루나무숲 쓰레기 처리 문제다. 주말이면 공원을 가득 채운 인파만큼이나 쓰레기도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주말이 지나면 어김없이 반복되는 쓰레기 처리를 요청하는 민원글이 등록되고, 처리를 완료했다는 답변을 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반복된 상황 속에서 작은 변화가 감지됐다. 어느 순간 쓰레기 처리를 요청하는 게시글에 행정기관에서 작성한 처리 완료 댓글 이외의 댓글이 등장했다. "눈에 보이는 작은 쓰레기는 처리를 요청하기보다는 직접 주워서 처리하자", "쓰레기 처리가 지연된 것에 대해 행정기관을 탓하기보다는 쓰레기를 버린 것이 잘못이다. 나로 인해 발생한 쓰레기는 반드시 집으로 가져가자"라는 댓글이다. 이러한 선한 영향력이 점차 다른 유형의 민원으로까지 확산됐다. 지역의 문제를 행정기관에 의존하기보다 내가 직접 해결하고 우리 모두 동참하는 지역공동체 의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민관거버넌스 구축…토론과 참여문화
소통공감 행복증평 밴드의 활성도가 증가할수록 등록되는 게시글의 유형도 다양해졌다. 밴드 출범 초기에는 단순 생활불편사항의 처리를 요구하는 민원이 대다수를 차지했으나 현재에 이르러서는 주민행복 증진을 위한 다양한 군정 제안이 게시글로 등록되고 있다. 그렇게 등록된 제안에는 많은 주민이 다양한 의견을 댓글로 남긴다. 다소 모호하고 막연했던 제안은 주민들이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며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성 높은 제안으로 탈바꿈된다. 이에 따라 행정기관의 접근방식도 체계를 갖추게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증평읍 연탄리 도로 확장 사업이다. 지난해 3월 밴드에 처음으로 도로확장을 건의하는 게시글이 등록됐다. 증평읍 연탄리에 위치한 37사단 주변 도로는 출퇴근 시간대 상습 정체 구간이었다. 최초 제안글이 올라왔을 때만 해도 이는 특정 개인의 의견 정도로 받아들여지고, 행정기관도 향후 정책수립 시 참고하는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해당 제안글의 실행을 촉구하는 주민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반드시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며 조속한 해결을 바라는 목소리가 줄을 이어 실행을 위한 주민 의견이 모아졌다.
이에 행정기관에서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군은 괴산경찰서, 도로교통공단을 설득해 우측 차선 확장에 대한 협의를 통해 지난 3월 도로 확장을 완료했다. 상습 정체 구간의 교통 문제가 해결되며, 이곳을 이용하는 주민들의 교통편의가 크게 증진됐다.
◆현장에서 답을 찾아 ‘우문현답’
증평군이 소통공감 행복증평 밴드만큼이나 공을 들이고 있는 소통방식이 바로 ‘우문현답 행정’이다.
우문현답이란 ‘우리의 문제 현장에서 답을 찾자’는 의미를 갖고 있다. 경직된 조직의 문서 만능주의를 타파하고 현장에서 직접 군민의 목소리를 청취해 답을 찾는 것이 핵심이다.
군은 단체장 주관의 소통 간담회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각계각층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갈등을 예방하고, 그들의 행정수요를 군정에 반영하기 위함이다.
특히 2023년 3월에 열린 인근 생활권 주민과의 간담회는 이러한 소통행정의 결실이다. 증평군에 인접한 청주시 북이면, 진천군 초평면, 괴산군 청안면·사리면 주민들은 증평군을 중심으로 5일장·학군이 같은 생활권을 형성하고 있다.
동일 생활권을 형성하고 있음에도 인근 면 주민들은 행정구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증평지역 각종 공공시설 이용에 있어 차별을 받았다. 증평군은 인근 생활권 주민과의 간담회 등 소통을 통해 차별 없이 군립도서관 회원 가입, 좌구산 휴양랜드 숙박료 할인, 노인복지관 시설 이용 등에 있어 증평군민과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개선했다.
◆군민중심 행정 실현
증평군은 앞서 언급한 소통행정 외에도 다양한 소통행정을 추진하며 군민중심 행정실현을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다. 주민과의 보다 빠르고 직접적인 소통을 위해 휴대전화를 이용한 ‘스마트 마을방송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으며, ‘스마트도시 리빙랩 군민참여단’을 구성해 군민들이 실제 활용하고 체감할 수 있는 스마트도시 구축을 위해 행정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또 ‘20분 도시’구축을 위한 주민 공모전을 추진하는 등 군민의 목소리를 군정에 반영하기 위해 다양한 소통창구를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군은 오로지 군민이 주인인 증평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재영 군수는 "앞으로도 주민과의 소통행정을 통해 주민을 행정 주체로 거듭나게 할 것"이라며 "증평만의 독특한 소통체계로 더욱 발전시켜 진정한 주민자치의 롤모델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증평=김진식 기자 jsk1220@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