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교육청-충청투데이 공동 캠페인]
세종, 직접 생각·탐구하며 익힌 지식 적용하는 초등 교육 ‘생각자람수업’ 지향
프로젝트·토의토론·문제해결 등 진행… 수업연구 네트워크로 교사간 연구도
칡 넝쿨·컵 등 활용해 덧셈·뺄셈 배우고 놀이개발자 되어 탐구… 창의성 쑥쑥
체험 교사, 학생의 흥미·특성 살피며 수업 성찰… “학생·교사 스스로 성장해”

②도담초 전통문화의 우수성 수업
②도담초 전통문화의 우수성 수업
④의랑초 길이의 합 수업
④의랑초 길이의 합 수업
①새움초 세 수의 덧셈 수업
①새움초 세 수의 덧셈 수업

[충청투데이 강대묵 기자] 세종시의 한 초등학교 교실. 수학 교과서 ‘분수와 나눗셈’을 펼쳐들자 아이들은 기운이 빠진다.

‘소품을 만들기 위해 ㎏의 찰흙을 3명이 똑같이 나누어 사용하려 한다’는 문제를 던지자 아이들은 머리를 긁적인다. 이를 지켜본 선생님은 가장 하고 싶은 활동이 ‘요리’였다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음식에 필요한 재료의 양을 분수로 표현하고, 나누고, 곱하는 상황이라면 학생들도 분수의 나눗셈을 피로한 것이 아닌 필요한 것으로 느낄 수 있을거야.’

수업은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분수의 나눗셈을 배운 후, 월남쌈 조리법을 조사하고 반 모둠 구성에 맞게 필요한 양을 정리했다. 이후 재료 다듬기, 요리 도구 정리, 썰기 및 조리, 설거지하기 등 역할을 분담했다. 학생들은 인근 마트에 들려 직접 장을 보고, 요리 실습을 거쳐 소감을 시로 작성해 낭송하는 것으로 프로젝트를 마무리했다.

생각이 자라나니 지루했던 수학공식이 ‘수학·공동체활동·경제개념·문학활동’을 키우는 1석 4조의 효과를 누렸다. 이 모습은 세종시교육청의 ‘생각자람수업’의 단편이다. 학생이 배움의 주체가 되는 ‘생각자람수업’의 세계를 살펴본다.


◆생각자람수업이란

생각자람수업이란 학생이 배움의 주체가 돼 서로 배우고 협력하며 자기 생각 만들기로 삶의 역량을 기르는 수업이다. 즉 생각자람수업은 방법이나 기법이 아닌 세종 초등 수업의 지향이다. 생각자람수업을 설계할 때 학생들이 생각하고 탐구하며 익힌 지식·기능·가치·태도를 삶의 맥락 속에서 적용하고 활용할 수 있는데 중점을 둔다.

교사는 학생들의 배움의 의미를 되새기고, 우리 학년(급)이 생각하는 좋은 수업을 위해 끊이없이 연구한다. 즉 교사의 수업공동체는 수업 철학 공유와 배움의 기초를 세우는 수업문화를 만들어 생각자람수업의 기반이 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이러한 수업공동체 문화를 바탕으로 교사는 생각자람수업을 설계한다.

생각자람수업은 학생들이 학습 주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질문하며 자기의 생각을 시작하는 탐구자적인 자세를 지향한다. 따라서 학생의 개별 성장을 위한 맞춤형 교육으로 배움을 촉진할 수 있도록 수업을 설계한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적합한 프로젝트, 토의토론, 문제해결 등 다양한 수업 방법을 교과별, 상황별, 맥락별로 다르게 적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교육과정 전문가인 교사들은 수업을 함께 연구하고 실천하기 위해 학교안밖으로 학습공동체를 구성하기도 한다. 학교안에서는 학년별, 주제별 전문적학습공동체를 구성해 일상적, 정기적 협의회를 통해 수업연구을 실시한다.

학기별 1회이상 ‘수업공개의 날’을 운영해 수업성찰을 통해 생각을 키우는 학생 참여수업을 위해 노력한다.

학교 밖에서는 지구별 장학협의체, 연구회를 통해 수업나눔을 실시한다. 이중 ‘초등 수업연구 네트워크’는 공동체의 수업 철학과 교사의 자발성을 토대로 선생님들이 함께 연구하고 실천하며 나누는 학교 간 학교 내 수업연구 동아리이다. 네트워크별 연구 주제로는 탐구기반 학생주도성 실현 수업, 디지털·생성형 AI 활용 수업, 아이의 눈으로 보는 수업, 진로 연계 수업, 수업으로 하나 되는 공동체 문화, 교실에서 실천하는 문화예술 프로젝트 수업 등이며 분야별로 다양하게 구성됐다. 올해는 28팀의 220명의 선생님이 참여해서 공동연구, 공동성찰, 수업나눔을 위한 노력을 실천하고 있다. 초등 수업연구 네트워크는 매월 1회이상 정기협의회를 실시하며 관내 수업공개 15팀, 초등교육나눔의 날 공개 11팀, 자체결과보고회 공개 9팀이 수업나눔을 이어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생각자람수업은 교육과정-평가-수업-기록이라는 전체적 맥락 속에서 이뤄진다.

이정미 세종시교육청 유초등교육과 장학사는 "학생들의 삶과 연계한 교육과정 재구성, 학생의 배움에 초점을 둔 생각자람수업 설계와 실천, 성장지원과정중심평가가 교수-학습의 전 단계에 걸쳐 이루어지고 그 결과가 다시 수업으로 선순환될 때 우리 세종의 학생들은 배움의 주체가 되어 앎이 삶으로 연결되는 총체적 교육활동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생각자람 우수 수업사례 살펴보니

세종시 일선 학교에서 펼쳐지는 ‘생각자람수업’ 교실은 아이들의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교사들의 심도있는 연구활동을 통해 완성된 생각자람수업의 틀 안에서 학생들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배움의 주체’가 된다. 학생 및 학무모들의 만족도도 높다.

생각자람수업의 우수 사례를 살펴보면 ‘의랑초 2학년 수학 수업’이 돋보였다.

학생들이 구체물을 이용해 길이(m, cm )의 합을 구하는 방법을 알아본 후 덧셈식으로 바꿔 해결해 보도록 구성했다. 특기 학생들이 잘 알고 있는 동물들의 몸길이를 유추해보는 동기유발로 관심을 유도하고, 칡 넝쿨 자연물을 활용해 놀이를 해보면서 생태감수성을 기르도록 했다.

‘새움초 1학년 수학 교실’도 우수했다는 평이다.

세 수의 덧셈과 뺄셈 단원의 목표를 도달함에 있어서, 실생활 상황과 연결하기 위해 교과서 활동을 재구성했다. 교과서에 제시된 ‘3층으로 쌓은 쌓기컵의 전체 개수 덧셈과 뺄셈’ 활동은 실생활에서는 차례로 세어보거나, 남아있는 컵 세기를 할 뿐, 덧셈과 뺄셈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에 최근 올림픽 상황을 반영해 양궁점수 계산하기로 상황을 바꾸어 진행했다. 콩주머니게임, 레켄렉, 아이씨텐 등 놀이 및 수업도구를 다양하게 활용해 앎이 삶과 밀접하게 연계되도록 유도했다.

‘새움초 2학년 통합교과 수업’도 눈길을 끌었다.

놀이개발자가 되어, 종이만을 가지고 할 수 있는 놀이를 개발하는 미니프로젝트 수업으로 ‘어떻게 종이로 즐겁게 놀 수 있을까?’라는 탐구 질문은 설정하고,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종이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며 생각의 유연성과 창의성을 키울 수 있도록 수업을 고안했다. 탐구질문을 해결함에 있어서 협동학습방법, 둘가고 둘남기 등 모둠과 협업을 통해 협력적 소통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했다.

③생각자람수업 수업 연구 네트워크 회장단워크숍.
③생각자람수업 수업 연구 네트워크 회장단워크숍.

◆교사들 "학생·선생님이 성장하는 시간"

생각자람수업을 연구·실행한 교사들은 "학생의 즐거움·학력신장은 물론 교사 스스로 성장하는 시간"이라고 입을 모은다.

‘쓰고 나누고 맛보고 즐기는 분수의 나눗셈’ 수업을 연구한 김예원 부강초 교사는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학생들이 원하는 것과 배워야 하는 것을 조화롭게 담아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들었지만, 학생들에겐 스스로 고민하고 판단하며 현명하게 선택하는 힘이 있었다"면서 "이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은 프로젝트 수업에 대한 흥미뿐만 아니라 배움의 주체로 교육과정을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느꼈으리라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평면도형의 넓이 구하는 공식, 스스로 만들어요’를 주제로 수업을 펼친 이나원 전의초 교사는 "공식이 아닌 나만의 방식을 찾아 문제를 풀고 설명하는 경험 속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방법을 찾는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며 "문제 상황에서 해결 방법을 모색하고, 그것을 표현해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보다 간편하고 좋은 방법을 모색하고, 다른 곳에도 적용할 수 있는 일반화된 원리를 찾아보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일상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일 것"이라고 밝혔다.

‘학생 개별의 성장이 모두의 성장으로’의 생각자람수업을 진행한 김성종 새움초 교사는 "소수의 학생들을 관찰하고, 그들의 성장을 위해 집중하는 것이 자칫 많은 학생들을 놓치고 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고민이 들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학생의 흥미, 특성, 수준을 살피는 과정은 나의 수업을 성찰하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지금-여기-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가꾸는 사계절 나들이’ 수업을 진행한 윤서영 해밀초 교사는 "같은 마을에 살면서 1단지 아파트 놀이터에는 자주 가보았지만 2단지 아파트 놀이터에는 처음 가보았다고 말하는 학생들, 그리고 누워서 파란 가을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볼 여유를 가질 수 없었던 학생들에게 이 시간, 이곳에서의 추억 한 조각을 떼어서 선물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강대묵 기자 mugi10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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