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호광 서청주농협조합장
우리 선조들은 농업을 農者天下之大本(농자천하지대본)이라해 예로부터 귀하게 여겨왔다. 논밭을 일구고 하루 끼니를 구하는 일이 곧 삶으로 여겨져 왔던 시절이었다.
衣(의), 食(식), 住(주)는 우리들이 살아가는데 있어 무엇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것들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굳이 우선순위를 따지자면 뭐니 해도 먹는 사는 문제일 것이며, 먹고 사는 것에 있어 우리의 주식인 쌀은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올해 정부는 80㎏ 쌀 한가마니의 가격을 20만원으로 유지하겠다고 했으나 현재 18만원을 하회하고, 정부수매가격 결정에 기준이 되는 수확기 산지 쌀값도 지난해 20만 2797원에 크게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밀레니엄 시대를 맞은 2000년도의 80㎏ 쌀 한가마니 가격은 16만 5000원이었으나 통계청이 최군 발표한 가격은 약 17만 9000원이다. 20여년이 지난 우리 쌀의 현재 모습이다.
같은 기간 농업에 들어가는 경비는 체감적으로 2∼3배 가량 상승했고, 도시근로자와 농업인간 소득격차는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으며, 순농업소득은 1000만원이 붕괴됐고, 농가부채의 규모는 2배 가까이 늘어났으며, 정부예산 중 농업예산은 최저 수준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쌀의 붕괴는 농촌고령화, 농업인구 감소와 맞물려 농작업이 쉬운 편향적 타작물 전환을 불러 올 수 있으며, 이는 또 다른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 불안정을 가져오고 어쩌면 아예 농업을 포기해 버리는 현상을 불러올 수 있다.
쌀의 포기는 장기적으로 식료품의 수입의존도를 더욱 높여 국내 물가안정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한 식량안보를 확보하지 못한 국가는 국제정세에 따라 몇몇 주요 곡물 수출국에 을의 위치에서 의존할 수밖에 없고 국민 불안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정부에게 우리의 쌀을 지키고, 우리 농업을 지키기 위한 과감하고 통 큰 결단을 촉구한다. 수익과 비용, 가격대비 효용을 따지는 경제논리로는 이미 한계에 다다른 벼 재배 농가의 고통을 해결할 수 없고 결국 생업을 포기하게 만들 것이다.
쌀에 있어서만큼은 정책적 목표가격을 지지하기 위하여 수급상황에 따라 때론 시장의 예측을 뛰어넘는 과감한 격리조치로 가격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 시장격리곡에 대해서도 가공용으로 소비를 의무화하거나, 가공용 소비를 늘릴 수 있는 법적, 제도적 방안 마련도 검토하길 제안한다. 쌀의 적정 생산량 유지와 고품질 벼 생산을 위한 생산량 할당제 시행과 지역별 맞춤형 고품질 벼 품종을 권장하고 그에 따른 지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