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친지 지역사회 분열 우려 많아
“곳곳에 붙은 찬반 현수막 보고 놀라”
충분한 대화·설득 통한 해결책 바라
찬성·반대 입장 밝히는 귀경객들도
[충청투데이 권혁조 기자] "주민들 간의 갈등과 반목은 서로에게 상처만 주잖아요. 고향 청양의 발전과 우리 아이들의 50년, 100년 미래를 위해 현명한 선택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추석 연휴기간 청양을 방문한 가족·친지들은 청양 지천댐과 관련해 고향과 미래세대를 위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앞서 지난 7월 청양 지천이 환경부의 기후대응댐 후보지(안)으로 발표된 이후 지역 안팎의 찬반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가족·친지들은 지천댐 건설로 인한 득실을 따지기 전에 지역 사회의 분열을 우려하는 의견들이 많았다.
서울에 거주한다는 40대 김 모 씨는 "명절이라 기쁜 마음에 아이들과 부모님 댁에 왔는데 곳곳에 붙어 있는 (지천댐 찬·반) 현수막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주민들끼리 싸우는 게 가장 보기 어렵고, 안 좋은 모습이다. 서로 싸우지 않고 대화와 설득으로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천댐 건설을 찬성·반대하는 양측의 주장이 모두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는 만큼 각자의 주장만 내세울 게 아니라 충분한 대화를 통해 서로를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천안에서 온 대학생 이 모 씨도 주민들 간의 갈등 격화를 우려했다. 이 씨는 "현수막처럼 댐이 생긴다고 지역이 갑자기 발전하거나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황당한 주장이 서로의 불신만 키우는 것 같다"며 "댐이 만들어졌을 때의 효과와 폐해를 객관적인 근거나 데이터에 의해 따져보고 지역 발전을 위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심스럽게 찬성이나 반대 의견을 나타내는 귀경객들도 있었다. 대전에 거주하는 50대 김 모 씨는 "청양에서 농사일을 하고 계신 분의 대부분은 7~80대 고령층이다. 이 분들이 언제까지 힘든 농사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며 "부가가치가 높은 관광업이나 첨단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댐을 만들어 젊은 층의 유입도 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령화된 농촌 사회에서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댐 건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면 미래세대를 위해 댐 건설을 막아 환경을 보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대전에 거주하는 40대 정 모 씨는 "기후위기가 심각해 진 것은 공업화에 따른 무분별한 개발이 계속됐기 때문"이라며 "댐이 생기면 환경훼손은 불가피할 것이다. 자연 그대로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권혁조 기자 oldboy@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