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민 충남소방본부장

권혁민 충남소방본부장
권혁민 충남소방본부장

올해 여름은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최장기간 열대야를 기록하며, 역대급 폭염으로 온열질환자도 급증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20일까지 온열질환자는 289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89명이 증가했고, 사망자도 26명이나 발생했다. 또 지난 6월 말부터 시작해서 지난달 끝난 장마는 평년보다 1.3배나 많은 472mm의 강수량이 대부분 집중호우로 내리면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휴가와 피서의 계절이던 여름이 열대야와 극한호우의 게절로 바뀌며 안전을 지켜야 하는 계절이 된 것이다. 이렇게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의미가 바뀐 말 중 ‘전전긍긍(戰戰兢兢)’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중국의 시경에서 유래된 이 말은 과거 안전을 위해 ‘늘 대비하고 조심하라’는 뜻인 긍정적인 의미로 쓰였으나, 지금은 지나치게 걱정하는 모습을 표현하는 부정적 의미로 바뀌었다. 이 말의 의미가 바뀐 이유는 아마도 고도성장기에 만들어진 ‘안전불감증’과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는 6.25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안전을 꼼꼼히 살피는 것은 빠른 성장의 걸림돌이 됐을 것이다. 다행히 이제는 바뀌고 있다. 성장을 위해 안전을 타협해서는 안 되며, 결과를 위해 안전을 눈감아 주는 양보도 있어선 안 된다. 국민의 안전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제 며칠 후면 황금 들녘과 파란 하늘이 어울리는 9월이다. 9월은 추석 연휴와 각 지역의 다채로운 행사로 교통량과 야외활동 인구가 증가하면서 안전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지난해 충남에선 벌 쏘임 사고 549건 중 152건이 9월에 발생했다. 예초기 사고는 88건 중 43건이 9월에 발생했고, 진드기 등 감염병과 뱀물림, 교통사고도 많이 발생했다.

또, 지난해 화재·구조·구급 등 소방활동 13만 7174건 중, 9월에만 1만 4745건이 발생해 7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발생했다. 사건·사고가 많은 9월을 안전하게 보내기 위해선 사고 유형별로 안전수칙을 숙지하고 실천해야 한다. 벌초를 할 때는 2인 이상 함께 일을 해야 하며, 안전장비를 반드시 착용하고 예초기 사용법을 숙지해야 한다.

성묘나 산행할 때는 벌에 쏘이지 않도록 밝은 색 모자와 긴 옷을 입고 화장품은 피해야 하며, 진드기 감염병 예방을 위해 물린 곳이 없는지 살펴보고 산행 후에는 입은 옷을 깨끗이 빨아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떠한 타협도, 양보도 있어서는 안 된다. 그래야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 나와 가족, 이웃과 동료, 그리고 국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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