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 감기랑 비슷… “우려 적다” 답변
경로당 마스크 착용·환기 등 안 지켜져
“정부서 기준 전파해야 경각심 가질 것”
[충청투데이 함성곤 기자] "한동안 쓸 때는 괜찮았는데 다시 쓰려니까 답답해서 못 쓰겠어. 날이 너무 덥기도 하고, 다른 사람도 안 쓰는 데 굳이 쓸 필요 있나"
폭염 특보가 한 달 넘게 지속되던 20일 오후 대전 동구 삼정동 인근.
근처 경로당에서 이웃 노인들과 화투를 치며 시간을 보내던 70대 노인 이 씨에게 최근 코로나19 재유행에 따른 마스크 착용 여부에 관해 묻자 이같이 답했다.
이 씨는 "가족들이 코로나가 다시 유행하는 것 같으니 마스크 쓰라고 연락이 오기는 하는데 벗었다가 다시 쓰려니 숨이 막혀 안 쓰게 된다"며 "이전에 걸렸을 때도 증상이 감기랑 비슷해 재확진에 대한 우려가 많이 들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해당 경로당은 하루 평균 20~30여 명의 노인들이 드나드는 곳으로 오전부터 방문해 식사를 하거나 담소를 나누는 등 주변 어르신들의 동네 사랑방 중 하나다.
이날도 노인 16명이 삼삼오오 모여 화투를 치거나 간식을 나눠 먹고 있었는데, 마스크를 쓰거나 환기하는 등 방역 수칙이 지켜지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최근 코로나19 여름철 재유행으로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고위험군에 속하는 만 65세 이상 어르신들이 모인 경로당이나 감염 취약 계층에서의 코로나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경로당에서 총무로 활동 중인 김기직(80) 씨는 "코로나에 대한 관심도가 낮고 날도 덥다 보니 마스크 쓰라고 말을 해도 어르신들이 이제 쓰려고 하지 않는다"며 "다만 어르신들끼리 개인적으로 감기 기운 보이면 경로당에 나오지 않거나 하며 서로 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무더운 여름철 노인들의 쉼터로 이용되기도 하는 대전 지하상가도 어김없이 많은 어르신이 모여 있었지만, 마스크를 쓰고 있는 어르신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한 시민은 정부나 지자체의 정책 없이 자발적인 방역 수칙 준수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며 더 큰 확산이 오기 전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병원 치료를 위해 시내를 나왔다가 잠시 더위를 피해 지하상가에 방문했다는 강모(75) 씨는 "지금처럼 더운 날에 스스로 방역 수칙을 지키라고 하면 지켜지겠나"며 "정부에서 확실한 기준을 갖고 전파해야 국민들도 경각심을 가질 것"이라고 의견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이러다 말겠지’하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다면 더 큰 유행이 왔을 때는 이미 늦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함성곤 기자 sgh0816@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