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경 금산교육지원청 장학관
새벽 잠깐 사이 내린 집중호우가 엄청난 피해를 주고 간 아침, 언제 그랬냐는 듯 맑은 햇살 내리쬐는 하늘을 망연자실 바라보며 피해지역 학교 점검을 위해 출장길에 나선다. 불어난 개울물이 범람한 하천 유역에는 간밤의 흔적들이 도로 위에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다.
인구 5만의 소도시 교육지원청에 근무하며 학령인구 감소로 매년 입학생이 줄어드는 작은 학교들을 바라보며 시름에 잠긴다. 백세시대를 맞은 노인인구로 마을은 유지되고 있으나 출생률의 감소로 면지역에는 한 해에 한 명 태어나는 경우도 있어 아이 우는 소리가 귀하게 된 지 오래다.
출산률 0.67의 시대, ‘스스로 자살하는 사회’ 라는 평가도 있는 나라,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무엇이 젊은이들로 하여금 그토록 결혼과 출산을 두렵게 생각하게 하였을까? 통계에 의하면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가장 큰 원인은 높은 집값과 자녀 교육비 부담이라고 한다. 교육비란 사교육비, 즉 학원비나 과외비를 말하는 것이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나라는 사교육이 교육의 중점 화두가 되고, 가정에서는 엥겔계수만큼이나 중요한 비중으로 사교육비를 걱정하는 사회가 되었다.
산골짜기 돌아 돌아 보곡산골 희망마을에 위치한 상곡초등학교에 도착하였다. 커다란 통창 너머로는 햇살이 한가득 들어오고, 교실마다 작은 화원이 조성되어 있어 사계절 초록 식물과 생활하게 된다. 벽면은 황토벽돌로 만들어져 아토피를 앓고 있는 전국의 학생들이 여기에서 깨끗한 자연환경 속에서 힐링하며 회복하기 위해 치유와 교육에 진심이다.
이촌향도로 인하여 2009년 전교생 19명으로 한때 폐교 위기에 놓인 학교는 황토벽돌로 지은 ‘아토피 자연치유 희망마을’로 조성하고, 상곡초를 ‘자연속의 아토피 안심학교’로 지정하였다. 2015년 교사를 친환경 건물로 신축하여 인공지능교육과 방과후학교 등 활발한 교육활동이 이루어지는 상곡초는 아토피 피부염으로 고통받는 학생들에게 치유와 회복으로 미래를 꿈꿀 수 있는 희망의 보금자리가 되었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사전에서는 ‘생활에 만족하여 즐겁고 흐뭇하게 느끼는 감정이나 상태’라고 정의한다. 울창한 산림 사이로 청명한 하늘이 늘 따스하게 햇살을 내려주는 학교, 산새 소리가 아침을 열어주는 집, 많지 않아서 하나하나 모두가 소중한 친구들, 그리고 항상 그곳에서 기다려주는 고향 같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삶, 집값 걱정도 없고, 상대를 이겨야 내가 살아날 수 있는 경쟁도 없는, 당연히 사교육도 없는 건강한 삶은 꼭 아토피나 천식이 생겨나야만 비로소 보이는 것일까?
돌아오는 길에 토사가 밀어닥친 도로 한쪽 길가에 바람에 몸을 맡기며 흔들리는 하얀 꽃무리를 보았다. 개망초꽃이다. 작고 여려서 잘 보이지 않지만 애써 가꾸지 않아도 우리 산천 어디서나 피어 반겨주는 꽃, 자세히 보면 참으로 귀엽고 사랑스러운, 작아서 아름다운 그 이름, 풀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