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남 대전문학관장

지난 1924년 파리올림픽 이후 100년 만에 프랑스 파리에서 센강에서의 화려한 개막식을 시작으로 제33회 파리올림픽이 그 막을 올렸다.

이번 올림픽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하마스와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어 테러에 대한 우려가 불식되지 않는 속에서 치러지지만, 또 한편 친환경건축과 재생가능에너지사용, 낮은 탄소발자국을 목표로 하는 ‘가장 친환경적인’ 올림픽을 치르겠다는 야심적인 프랑스의 의도가 관심을 끄는 대목이라 하겠다.

빗속에 진행된 개막식은 프랑스의 독특한 문화예술을 유감없이 보여준 한편의 연극무대와도 흡사했다. 무엇보다 개막식 수상 퍼레이드가 펼쳐지는 내내 볼 수 있었던 노트르담대성당과 루브르박물관, 오르세미술관등 파리의 명소들과 화려한 레이저 조명 속에 빛나는 에펠탑은 가히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세계인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필자는 이 같은 파리올림픽 소식을 접하면서 한국인이 가고 싶어하는 유럽 도시 중 늘상 1위를 차지하는 파리의 문화적 측면을 되짚어보게 된다. 우리에게 오늘날 문화의 도시, 유행의 첨단을 걷는 도시로 각인된 파리는 불과 1세기 전인 19세기 내내 혁명의 화염이 그치지 않는 ‘피의 도시’였다. 프랑스 4대혁명이 80년 동안 가열차게 일어나 파리는 유럽에서는 위험한 도시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그랬던 파리가 1880년부터 1914년 사이 문화예술가와 과학기술자들의 동상을 대거 건립하면서 거리와 광장에서 마주하는 동상을 통해 문화예술의 도시라는 이미지를 심기에 이른다. 아울러 파리에서는 1855년에 첫 만국박람회를 개최한 이후 5차에 걸친 만국박람회를 개최해 새롭게 변해가는 근대적 모습의 파리를 보여주게 된다.

오늘날 우리가 파리에서 보고싶어 하는 에펠탑 역시 프랑스혁명 100주년을 기념해 열린 1889년 만국박람회 출입구에 세워진 조형물이었다. 건립 당시 소설가 모파상은 이 에펠탑을 몹시 싫어했다는 일화를 남기기도 했지만, 오늘날 이 에펠탑은 해마다 800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며 프랑스 GDP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616조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영국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파리를 둘러싼 과거 역사에서 보듯 도시는 결국 사람이 사는 공간인 동시에 새로운 감각으로 변화시켜나감으로써 문화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19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소설가 발자크는 이러한 파리를 ‘수심을 알 수 없는 거대한 대양’ 이라고 표현했다. 파리올림픽 동안 각 운동경기와 함께 파리의 문화예술을 돌아보면서 8월의 무더위를 견디는 것도 피서의 한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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