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관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스스로 세상을 등진 고 이예람 중사의 장례식이 3년 2개월여 만에 치러졌다. 지난 2021년 충남 서산에 위치한 공군 제20전투비행단에서 근무하던 이 중사는 선임에게 성추행을 당해 신고했지만 오히려 조직 내에서 2차 가해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렸다. 당초 유가족들은 이 중사 사망에 책임이 있는 관련자들 모두가 합당한 처벌을 받을 때까지 장례를 치르지 않겠다는 입장이었지만 공군의 협조에 입장을 바꿔 장례식을 치르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3년전 이 중사 사건 당시 우리 사회는 공분하며 군 인권 문제와 군 지휘관들의 인식 개선에 공감했다. 군대 내에서 사건 및 사고가 발생할 경우 피해자 보호 보다는 조직의 안정과 지휘관의 안위를 생각하는 악습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래야만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우리의 자녀들이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폐쇄적일 수밖에 없는 군 조직의 특성상 얼마나 많은 부분이 개선됐는지는 의문이다. 군 내 사고가 투명하게 처리된다고 믿는 사람은 여전히 많지 않다.
당시 이 중사 사건도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다가 이 중가의 극단적 선택 이후 군 당국의 수사가 부실했다는 비판이 일자 특검팀이 출범했다. 이후 가해자는 물론 부실수사 의혹을 받은 군 간부 등 8며이 재판에 넘겨졌다. 가해자는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이 확정됐고 2차 가해 관련 징역이 추가됐다. 부실수사 의혹을 받는 간부들은 아직도 재판을 받고 있다. 피해자가 소중한 목숨을 잃었는데도 사건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고 진행형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 사회의 관심에서 멀어진 것도 사실이다.
매번 군 내에서 우리의 자녀들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하면 사회적 공분이 일지만 근본적인 군 문화가 바뀌지 않는 탓에 사건은 또 반복되곤 한다. 3년여 만에 장례식을 치른 이 중사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군 문화가 바뀌는 것이 시급하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동안 인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당연한 인식이 자리잡아야 한다. 그래야만 군에 입대하는 순간부터 누구나 국가를 수호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숭고한 역할을 한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