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작년 한 해 동안 폐업한 개인·법인사업자가 역대 최대인 100만 명에 육박했다. 국세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개인·법인사업자는 98만 6000여명으로 집계됐다. 소위 자영업자·소상공인 100만 명이 경제난 등으로 가게 문을 닫은 것이다. 충청권에서만 10만 657명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처음으로 10만 명을 넘었다.
국세청 국세통계를 보면 코로나 위기가 한 창이던 2020~2021년에도 폐업자들은 전국적으로는 80만 명대를, 충청권에선 8만~9만 명 대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폐업신고가 급격하게 증가했다고 한다. 코로나 위기를 관통하면서 빚으로 연명하던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팬데믹 이후에도 이어지는 내수 침체와 고물가, 고금리 장기화를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쓰러진 결과로 보인다.
폐업 사유별로 분석해 보면 ‘사업 부진’이 48만 2183명으로 가장 많았다. 전년(40만 63225명)과 비교하면 7만 5958명(18.7%) 늘어나 역대 최대폭 증가다. 업종별로는 소매업 폐업이 27만 6535명으로 가장 많았고, 서비스업(21만 7821명), 음식업(15만 8279명) 등 내수와 직접 연관된 업종의 폐업이 늘었다.
문제는 폐업 증가가 일시적 현상이 아닐 것이라는 전망이다. 내수가 살아날 것이라는 시그널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폐업자들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마주보고 있다. 장사는 안 되는데 인건비·임대료, 재료비 등은 상승하고 고금리로 인한 빚 부담까지 늘고 있다. 영세 자영업자들은 그야말로 벼랑 끝에 선 것과 다를 게 없다. 여기에 먹고 살기 위해 자영업에 뛰어드는 서민까지 증가하면서 자영업 과포화 현상도 나타난다고 한다.
더 이상 자영업자 폐업을 시장 논리에 맡겨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 내수침체와 자영업자 폐업 증가의 악순환은 우리 경제 자체를 붕괴시킬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덜어 줄 전기료·배달로 인하 등의 고정비 지원뿐만 아니라, 포화상태인 자영업의 경쟁력을 높여 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또 사업에 실패한 자영업자들이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사회안전망 확충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