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녹영 대전·세종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대전은 많은 정부 출연연구소와 대학 등 바이오 관련 우수인력이 밀집된 곳이다. 이곳 출신의 연구원, 교수, 석·박사 등을 중심으로 고급 인재들이 기술력이 뛰어난 많은 바이오기업을 창업해 둥지를 틀고 있다. 대전 상장기업 57개사 중 25개사가 바이오기업일 정도로 그 비중이 크다. 최근 ㈜알테오젠이 코스닥 2위에 올라섰고 리가켐바이오가 뒤를 잇는 등 지역 바이오기업이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바이오 붐과 코로나 팬데믹으로 꽃길만 걸을 것 같았던 바이오기업의 상당수는 현재 심각한 자금난으로 생존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자금줄이 말라 임상단계까지 가는 것은 꿈도 못 꾼다." 최근 필자가 중소 바이오기업 현장을 방문하며 수없이 듣는 호소이다. 고금리와 경기침체로 투자자금이 이탈하고 투자심리는 급격하게 냉각됐다. 고위험-고수익의 바이오산업이 가지고 있는 특성은 지역 바이오기업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첫째, 당장 매출은 나오지 않으면서 대장정 같은 R&D기간에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점이다. R&D, 전임상, 임상, 승인·허가까지 평균 15년, 임상단계에서 기술이전이 이루어져도 10년은 족히 걸리고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 둘째, 업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IPO 기업의 상장유지 조건이다. 바이오기업 대부분은 적자상태에서 기술상장특례로 입성하는 경우가 많다. 단기간 매출이 나지 않아 관리종목지정 위기에 놓여있다. 꽃을 피우기도 전에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고 만다. 셋째, 지역 스타트업을 견인할 앵커기업이 부족하고 역할도 미흡했다.

바이오산업은 인간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고부가가치 유망산업으로 우수한 고급인력들이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으나 상기의 요인 등으로 시장실패가 발생한다. 많은 수의 우수한 창업기업이 탄생하지만 시장에 나가보지도 못하고 사라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로 인해 혁신의 성과와 인재가 사장돼 개인적, 사회적 큰 손실이 발생한다. 이러한 바이오산업의 특성을 극복하고 ‘모더나’와 같은 바이오 스타기업을 탄생시킬 수 있도록 시장실패를 치유할 수 있는 적극적인 무언가가 필요하다.

첫째, 바이오산업에 특화된 금융 채널을 구축해야 한다. 장기-고비용 구조를 버틸수 있도록 모태펀드가 나서 대규모 장기운용펀드(1조원, 10년 이상)를 조성하고 각 단계별로 연계지원 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조만간 출범하는 대전 투자금융도 민간시장이 하지 못하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차별화된 운영전략이 필요하다. 둘째, 바이오산업에 적합한 IPO 유지 조건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 5년 내 매출액 30억 미만인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하는 현재의 규정을 개선하여 바이오기업이 본업에 몰입하여 스케일업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앵커기업과 스타트업이 협력·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 바이오 리딩기업 뿐만 아니라 인접한 충북 오송 등의 기업과도 협력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엔지니어 창업의 함정을 극복할 수 있도록 기업 경영역량의 제고가 필요하다. 기술에는 강하지만 경영능력이 부족해 실패한 기업이 한둘이 아니다. 코로나19 개발로 잘 알려진 모더나의 창업자도 창업 초기부터 VC와 협업으로 진행했고, 전문경영인을 초빙한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최근 대전은 둔곡지구에 독일 머크사의 바이오프로세싱 생산센터가 착공됐고, 국가첨단전략산업 바이오 특화단지에 선정되는 호기를 맞았다. 이러한 기회에 더해 바이오에 이점을 가진 대전이 바이오산업의 특성에 부합하는 특화된 전략으로 정부와 지자체가 합심해 노력한다면 향후 10년 안에는 K-POP을 넘어 K-BIO 시대가 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