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교진 세종시교육감

교직을 천직으로 알던 시대는 지났다. 교단을 떠나려는 교사들이 적지 않다. 교직에 대한 만족도가 낮다는 것은 최근의 설문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교사노조가 교직 생활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1만 1359명 가운데 지금의 교직 생활에 만족한다고 답한 선생님들은 불과 22.7%에 그쳤다. 교사 10명 중에서 6명 이상은 이직이나 사직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최근 1년간 학생들에게 교권 침해를 당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절반을 훌쩍 넘긴 57%에 이른다.

지난해 서이초 선생님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호하는 법률이 만들어졌고, 선생님들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한 장치가 만들어졌다. 거리로 나온 선생님들의 외침에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미흡한 부분은 여전히 남아 있다. 교육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정서적 아동학대 고소’를 걱정한 적이 있다는 선생님들이 84%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조사만 봐도 학교에서 체감하는 교단의 불안함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분위기이다.

지난 1년여 동안 교권 보호를 비롯해 교육공동체 회복을 외치는 목소리가 널리 퍼지긴 했으나, 한쪽에서는 학교를 갈등의 장으로 만드는 일이 계속되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충남과 서울시 지방의회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잇달아 가결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이다. 학생 인권과 교권은 대립하는 관계가 아니라 함께 지켜져야 할 소중한 권리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편 가르기 방식으로 왜곡된 주장을 하고 있다. 학생과 선생님의 권리가 따로 있지 않고, 가르침과 배움의 관계가 수직적이지 않다는 것은 오래전 성현의 말씀에서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조선시대에 율곡 이이가 쓴 ‘학교모범’은 교육학개론의 성격을 띤 책인데, 여기에서는 스승과 제자의 태도를 비롯해 선생님과 학생의 동행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스승 제자 학우는 서로 권면하고 경계하고 명심하라’ 이 한마디는 가르치고 배우는 교육과정은 교육자와 학습자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말이다. 존경과 신뢰 또한 상호관계성에 기반한다는 점을 떠올려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스승의 날은 가르침의 고마움을 돌아볼 뿐만 아니라, 교육과정에서 이뤄지는 모든 관계를 각자의 자리에서 살펴보는 날이어야 한다. 서로 권면하고 경계하라는 450여 년 전의 가르침을 2024년 5월에 다시 새겨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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