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새 비서실장에 충남 공주출신의 국민의힘 5선 중진인 정진석 의원을 임명했다. 윤 대통령은 정권 1~2년차를 정통관료 출신 비서실장들을 임명했지만 이번에는 정무형 비서실장을 선택했다. 4.10 총선 참패와 무관치 않다. 압도적 과반 의석을 차지한 야당을 상대로 국정 운영을 하려면 정치인 출신 비서실장을 기용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지금과 같은 극명한 여야 대치상황에서는 정치권과 대통령실 간의 가교역을 할 비서실장이 절실하다.
신임 정 비서실장의 가장 큰 강점은 옅은 계파색과 특유의 친화력이다.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지근거리에서 대통령의 직무를 보좌하는 막중한 책무를 맡는다. 정 비서실장은 이번 4.10 총선에서 비록 낙선했지만 5선을 하는 동안 청와대 정무수석을 비롯해 당 비대위원장과 공관위원장 등 충분한 경륜을 쌓았다. 국회부의장과 사무총장 같은 국회직 재임 때는 여야 의원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각종 법안을 처리하는 데 앞장섰다.
정 비서실장은 "여소야대 정국 상황이 염려되고 난맥이 예상된다"며 "어려운 시점에 윤석열 정부를 돕고, 또 대통령을 도와야 한다는 것이 저의 책임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옳은 자세다. 대통령이 예스맨들에게 둘러 쌓여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대통령 지지율은 곤두박질쳤고, 의사증원 문제 등 현안은 고착상태다. 현 정국을 어떻게 풀어나갈 건가. 눈치를 보지 않고 대통령에게 고언을 할 수 있는 비서실장이어야 한다. 우리는 실패한 비서실장을 수없이 보아왔다. 정 비서실장은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비서실장의 역할을 되새겨야겠다.
한 가지 더 바라는 게 있다면 충청발전을 위해 힘을 써달라는 것이다. 비서실장은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하는 정부 정책과 국정과제의 방향을 설정하고 점검한다. 충청권이 대형 국책사업에서 홀대받아왔음을 정 비서실장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충청권 메가시티 조성 등 대형 프로젝트가 즐비하다. 정 비서실장이 고향 발전을 위해 큰 기여를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