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환 서울본부장
[충청투데이 김대환 기자] 운동경기 중 ‘게임의룰’을 어기는 반칙을 하면 심판으로부터 제재를 받는다.
패널티킥을 줄 수도 있고 경고를 줄 수도 있으며 그 반칙이 중할 경우 퇴장까지 가능하다.
학교에서 학생이 교칙을 어기면 반성문과 벌점, 근신, 등교중지, 정학, 퇴학 등의 처분을 받게 된다.
스포츠 정신에 입각한 공정한 경기를 위해, 또는 학교 구성원의 안전한 학교생활을 위해 규칙과 제재는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다.
국가 역시 ‘법’이라는 규범이 있어야만 존속이 가능하다. 법은 국가시스템을 유지시키는 근간이기 때문이다. 법을 어기면 그에 따른 처벌을 받아야 한다.
최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법을 어긴 기업에 대한 방위사업청의 제재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사건의 개요는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방위사업청과 해군 등을 방문해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KDDX)사업, 장보고 사업 등과 관련한 군사기밀 13건을 사진촬영, 동영상 촬영 등의 방식으로 불법 취득했다.
이는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으로, 방위사업청의 사업에서 보안감점 대상에 해당한다.
감점이 적용된 현대중공업은 최근 해군 FFX 건조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 탈락했다.
문제는 피감기관이 법과 규정을 잘 준수했는지, 규칙을 어긴 일탈은 없었는지를 따져야할 국정감사장에서 해당 기업을 감싸는 발언이 나왔다는 사실이다.
함정 분야 방위산업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섞인 내용이긴 했지만 법을 어긴 기업을 두둔하는 듯한 국회의원들의 발언을 듣고 내 두 귀를 의심했다.
규모가 큰 방위사업은 그 구조상 참여 기업이 한정되는 만큼 공정한 입찰이 가장 중요하다.
공정한 입찰 과정에서 이미 명시된 관련 규정에 따른 감점 적용은 당연한 일인데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이 이와 배치되는 발언을 했다는 것은 백 번 생각해도 납득이 가질 않는다.
특히 벌점을 줄이고 벌점 적용기간도 줄여야 한다는 해당 기업 측 논리를 그대로 되풀이한 국회의원의 발언은 한심할 정도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라면 오히려 입찰과정에서 규정이 제대로 적용됐는지, 규칙을 어긴 업체는 적절하게 패널티를 줘 공정한 경쟁이 이뤄졌는지를 따져야 온당하다.
어떤 이유에서든 예외를 적용해 특정 업체에 실질적 혜택을 주게 된다면 그 시작부터 공정한 경쟁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다행인 것은 해당 사업 주체인 방위사업청이 군사기밀보호법을 어긴 업체에 대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점이다.
의원들의 관련 질문을 받은 방위사업청장은 군사기밀보호법은 엄중히 지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술적인 우위에 있다고 하더라도 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한 업체는 배제되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국회의원들과 달리 방위사업청장은 방위산업에서 공정한 경쟁을 위한 원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부디 내년 국정감사에서는 부정당 제재 처분 등 이번 사건과 관련한 후속 조치가 원칙대로 지켜졌는지를 따져묻는 국정감사가 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