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협 강도 사건 이후 칠곡·평택서도 발생
얼굴 가리고 도주수단 준비… 수법 동일
대전 강도범죄 1년 사이 2배 가량 늘어
경찰 "또 다른 모방범죄 이어질까 걱정"

지난 8월 18일 낮 12시 1분께 대전 서구 관저동 한 신협에 헬멧을 쓴 남성이 침입해 현금 약 3천900만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경찰은 오토바이를 타고 달아난 용의자를 추적 중이다. 사진은 범행하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신협으로 가는 용의자 모습. 2023.8.18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연합뉴스.
지난 8월 18일 낮 12시 1분께 대전 서구 관저동 한 신협에 헬멧을 쓴 남성이 침입해 현금 약 3천900만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경찰은 오토바이를 타고 달아난 용의자를 추적 중이다. 사진은 범행하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신협으로 가는 용의자 모습. 2023.8.18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연합뉴스.

[충청투데이 김성준 기자] 최근 전국에서 현금을 노린 강도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모방범죄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4일 경찰청범죄통계를 보면 전국 강도 범죄 발생 건수는 코로나를 거치며 감소세를 유지하다 지난해 516건을 기록해 2021년(495) 대비 4.2% 증가했다.

대전지역 강도범죄 역시 2021년 9건에서 지난해 17건으로 1년 새 2배 가량 늘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달 18일 대전 서구의 한 신협에서 40대 남성 A씨가 현금을 훔쳐 베트남으로 출국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용의자 A씨는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침입해 소화기 분말을 뿌리며 직원들을 위협한 뒤 현금 3900만원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그는 훔친 오토바이를 미리 도주 경로에 갖다 둔 뒤 이용하고, 이동수단과 복장을 주기적으로 교체하는 등 치밀한 모습을 보였다.

경찰은 국제형사경찰기구(ICPO·인터폴)에 A씨에 대한 적색수배를 요청하고, 베트남 현지 경찰과 공조해 A씨를 추적하고 있다. 적색수배가 내려지면 인터폴에 가입한 국가의 경찰 등에 수배자의 사진과 지문 등이 공유되고 검거되면 수배한 국가로 압송된다.

이 같은 강도 범죄는 대전 신협 강도 사건을 기점으로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경북 칠곡군 한 새마을금고에서 40대 남성 B씨가 흉기로 직원을 위협하고 현금 2030만원을 빼앗아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B씨는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범행한 뒤 오토바이와 승용차를 갈아타고 경찰의 수사망을 피하려 했지만, 3시간 40여분만에 대구의 한 길거리에서 검거됐다.

앞서 지난달 30일에는 타지키스탄 국적 30대 C씨 등 2명이 평택시 신장동의 한 환전소에 침입해 현금 8300만원을 훔쳐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훔친 차량을 타고 20㎞가량 떨어진 화성 향남읍 하천변으로 이동한 뒤 미리 준비해 둔 다른 차량으로 갈아타는 등 주도면밀한 모습을 보였다. C씨는 지난 1일 인천공항 출국 대기장에서 체포됐지만, 함께 범행한 D씨는 범행 당일 우즈베키스탄행 비행기를 타고 출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전 신협과 칠곡 새마을금고, 평택 환전소 강도 사건 용의자들은 얼굴을 가린 채, 미리 준비해 둔 이동수단으로 갈아타며 범행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수법이 유사한 강도 사건이 계속되면서 모방범죄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그간 감소 추세에 있던 강도 범죄가 지난해부터 다시 증가하고 있다"며 "치밀하게 계획한 범죄가 성공하고 그것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 또 다른 모방범죄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준 기자 junea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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