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기준 들쭉날쭉 정확정산 어려워
정부는 입 꾹… "딴지나 안 걸면" 걱정

전북 부안 새만금 야영장을 조기 퇴영한 잼버리 영국 대원들이 지난 8월 9일 오전 충북 청주 상당구 문의면 옛 대통령 별장 청남대를 방문해 메타세콰이어길을 걷고 있다. 2023.8.9. 사진=연합뉴스.
전북 부안 새만금 야영장을 조기 퇴영한 잼버리 영국 대원들이 지난 8월 9일 오전 충북 청주 상당구 문의면 옛 대통령 별장 청남대를 방문해 메타세콰이어길을 걷고 있다. 2023.8.9. 사진=연합뉴스.

[충청투데이 김영재 기자] 정부의 요청으로 새만금 잼버리 대원을 받은 지방자치단체가 뒤치다꺼리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대원들의 각각 다른 체류비용을 정산하느라 고생하고 있는 것이다.

지자체는 또 비용을 전액 보전한다는 정부의 약속에도 정산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온전히 받을 수 있을까 걱정하고 있다.

22일 충북도 등에 따르면 충북에는 한국 참가단 416명을 비롯해 칠레 1020명, 일본 1557명, 온두라스 30명, 그리고 뒤늦게 합류한 영국 250명 등 모두 3273명이 8∼12일 닷새 간 청주, 충주, 제천, 음성, 단양 등 5개 시·군에 머물렀다.

이들은 충북대와 청주대, 한국교통대, 극동대 등 대학 기숙사와 법무연수원·국가인재개발원, 구인사 등을 숙소로 사용했다.

잼버리 대원들은 충북에 체류하면서 관광지를 방문하고 문화행사를 즐겼다.

이들의 숙박비와 식비, 관광지 입장료, 체험비, 통역비 등으로 예비비 31억원을 준비한 충북도는 현재 이들의 체류비용 내역을 취합하고 있다.

이날까지 집행한 비용은 8억원 정도다.

하지만 국가별 숙박비와 식비 등 정확한 기준이 없어 취합과 집행에 애를 먹고 있다. 식비의 경우 충북도는 행정안전부가 제시한 1인당 하루 5만원 이내보다 적은 2만원 정도로 책정했다

하지만 이는 대략적인 가이드일 뿐 국가별 대원들의 식비는 들쭉날쭉 다르다.

영국 대원들에게 1인당 한끼 3만원을 책정한 것이 입방아에 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행안부는 새만금 잼버리 파행이 극에 달한 지난 9일 태풍 ‘카눈’을 피해 대원들을 산개하며 지자체에 ‘잼버리 관련 지자체 지출 안내’라는 제목의 공문을 통해 "각 지방자치단체가 식비, 숙박비, 체험활동비, 의료비, 생필품비, 교통비 등을 지원할 수 있으며 각 지역 여건에 맞게 실비 지원을 원칙으로 한다"고 했을 뿐 비용 산정 기준은 제시하지 않았다.

또 비용 보전 시기와 보전 방식 등 사후 정산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현장 비용 계산과 집행에 여념 없는 지자체에서 실비 전액을 보전 받을 수 있을지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행안부가 워낙 급박하게 잼버리 대원들을 지자체에 떠넘기다보니 그들이나 지자체 모두 체류와 관련한 세심한 비용 산정 기준 수립 등 준비가 부족했다"면서 "(행안부가)국익을 내세워서 지자체 입장에서는 힘들다는 불평을 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현재까지 행안부로부터 체류비용 관련 보전에 대해 아무런 지침이나 정보를 얻지 못하고 있다"며 "행안부가 비용 보전을 해주겠다고 했는데, 지자체가 산정한 실비를 모두 인정해줄지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지자체가 고생을 하며 일을 무사히 치렀는데 행안부가 정확한 보전을 이유로 지출 비용을 따지겠다고 뒤늦게 딴지나 걸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김영재 기자 memo34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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