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날아가고 정이품송 가지 부러져
산사태 위험…2000년 이후 511㏊ 피해

▲ 제6호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속리산 정이품송(천연기념물 103호)의 가지 2개가 부러졌다. 10일 보은군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30분경 정이품송의 북쪽(법주사쪽) 방향 가지 2개가 부러져 밑으로 축 늘어져 있는 것을 순찰하던 공무원들이 발견했다. 꺾인 가지는 정이품송 중간 높이의 지름 15∼20㎝ 가량되는 가지들이다. 보은군 제공

[충청투데이 김영재 기자] 제6호 태풍 ‘카눈’이 충북지역을 남북으로 관통하면서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10일 충북도와 충북소방본부, 청주기상지청 등에 따르면 카눈은 이날 오전 9시 20분경 경남 거제 부근에 상륙해 오후 3시경 영동과 오후 6시경 충주 부근을 거쳐 서울 등 수도권으로 북진한 후 북한으로 빠져나갔다.

카눈은 지난달 큰 수해가 난 충북지역에 또다시 크고 작은 생채기를 남겼다.

충북소방본부에는 전날 오후 6시부터 이날 오후 4시까지 수목 전도, 도로 장애, 토사 및 낙석 등 모두 112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이날 오전 11시 30분경 영동군 영동읍 화산리 야산에서 옹벽이 무너져 주택 2가구 5명이 대피했다.

보은군 속리산면에선 주택 지붕이 강풍을 견디지 못하고 날아가 주민 2명이 대피했다.

영동군 영동읍에선 하천(주곡천) 범람 위험으로 20가구 주민 30여명이 인근 마을회관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속리산 정이품송(천연기념물 103호)도 강풍을 이기지 못했다. 이날 오후 1시 30분경 정이품송의 북쪽(법주사쪽) 방향 가지 2개가 부러져 밑으로 축 늘어져 있는 것을 순찰하던 공무원들이 발견했다.

꺾인 가지는 정이품송 중간 높이의 지름 15∼20㎝ 가량 되는 것으로, 이날 속리산에는 순간풍속 초속 18.7m의 세찬 비바람이 몰아쳤다.

정이품송은 지난 2021년 5월 3일에도 강풍에 지름 5㎝, 길이 4m의 서쪽 가지가 부러졌다.

이밖에 도로에 싱크홀이 생기거나 나무가 쓰러져 통행에 지장이 있다는 신고 등이 잇따라 접수됐다.

이런 가운데 태풍이 지난 후에도 안심해선 안 된다는 게 재난당국의 조언이다.

특히 산사태를 조심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충북지역은 지난달 집중호우에 이어 이번 태풍 ‘카눈’에 의한 많은 비로 지반이 물을 흠뻑 먹은 상태여서 산사태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재 전국에 산사태경보가 내려진 상태이다. 2000년대 들어 충북지역 산사태 피해면적은 511.52㏊에 달한다.

이 가운데 지난 2020년 8월 중순 집중호우로 220.98㏊의 피해가 난 충주 산사태(소태·산척·앙성면)는 단일 피해 규모면에서 충북도내 최대이다.

급경사지에서 물이 솟아오르거나, 반대로 평소에 잘 나오던 샘물이나 지하수가 갑자기 멈추고, 바람이 불지 않는데도 나무가 흔들리거나 넘어지는 등의 산사태 전조증상이 보이면 즉시 대피하고 119 또는 가까운 주민센터, 각 지자체 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신고를 해야 한다.

청주기상지청 관계자는 "태풍이 물러간 후에도 산사태를 특히 조심해야 한다"면서 "이밖에 강풍으로 인해 결박이 느슨해지거나 풀릴 수 있어 시설물 낙하도 세밀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재 기자 memo34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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