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 한 양식장, 지난해와 달리 적막만 흘러
1만 마리 풀어놓은 가물치 30~40마리 남아
대부분 가마우지 먹이…피해 규모 더 커져
텃새화 원인 꼽혀, 유해야생동물 지정 추진
[충청투데이 김지현 기자] “사람이 양식장 가까이 오면 가물치가 떼로 몰려와야 되는데, 가물치가 거의 다 사라져서 몰려오지도 않아요.”
31일 오후 2시경 홍성 갈산면에 위치한 A 씨의 양식장은 고요한 적막이 흐르고 있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팔팔한 가물치들이 한데 엉겨 북새통을 이뤘지만, 이날은 70㎝가량 자란 가물치가 드물게 모습을 보일 뿐이었다.
A 씨는 지난해 다 키운 가물치들을 모두 판매한 후, 가물치 치어 1만마리를 양식장에 풀어놨었다.
그런데 올해부터 가물치 먹이가 좀처럼 줄지 않았다.
이상함을 느낀 A 씨가 지난 15일 양식장 물을 빼보니, 가물치는 30~40마리만 남아있었다.
모두 민물가마우지(이하 가마우지)의 먹이가 돼 버린 것이다.
A 씨는 “20여 년간 양식장을 운영하면서 가물치가 순식간에 이 정도로 사라진 것은 처음”이라며 “가물치가 다 사라져 버리니 자주 보이던 가마우지도 모습을 감췄다”고 한탄했다.
충남에선 A 씨처럼 가마우지로 인해 피해를 입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산 아산호와 삽교호 등지에서 가마우지로 인한 피해 민원이 꾸준히 접수되고 있는 것이 충남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피해 규모도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해 아산·삽교호에서 발생한 피해 추정액은 183억 6000만원이다.
2018년 피해 추정액인 46억 7200만원보다 400% 증가한 수치다.
서천과 청양, 홍성 등의 피해까지 추산하면, 피해 규모는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피해가 커지는 원인으로는 가마우지의 텃새화가 꼽히고 있다.
가마우지가 왜 텃새화되고 있는지 정확한 원인은 밝혀진 바가 없다.
현재 충남에선 약 6000여 마리의 가마우지 살고 있는 것으로 예측된다.
가마우지로 인한 피해가 이어지다 보니 환경부에선 가마우지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하기 위한 움직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 관계자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개정해 가마우지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할 계획”이라며 “포획방법 등을 검토해 시행규칙을 공포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는 올해 추가경정예산에 가마우지 등 내수면 어업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지원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도 관계자는 “가마우지와 수달 등의 생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할 수 있도록 그물이나 펜스, 정기담장 등의 설치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wlgusk1223k@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