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道 원론적 논의 그쳐… 기금정상화 해수부 주도 전망
조합·연합회, 가이드라인 무시하고 사업 자금 집행 신청
해수부, 불필요 항목 걸러 승인키로… 어길 시 추가 제재 고려
기금 사용기한 넘길 시 환수 가능성 있어 피해민 속 타들어가
[충청투데이 권혁조 기자] 허베이 유류피해기금 정상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시동이 걸렸지만, 실질적인 정상화까지는 험로가 예상되고 있다.
그동안 개입에 선을 그어 왔던 충남도를 향해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가 협력의 손길을 건넸지만 원론적 수준에 그쳤고, 기금사업단체는 관리감독기관의 규제에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해수부와 도에 따르면 지난 12일 진행된 유류피해기금 정상화 관련 협의에서 양 측은 사태의 심각성을 공유하면서도,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주고받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도 관계자는 "내달 기금 정상화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니 협력해달라는 요청 정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해수부 관계자도 "추후 지자체가 할 역할이 있게 되면 그때 같이 협력하자는 정도 얘기했다"고 말했다.
큰 틀에선 협력에 공감대를 이뤘지만, 기금 정상화는 기존대로 해수부 주도로 추진되고 지자체가 나설 시점은 기금 안정화 이후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관리감독의 권한이 없어 기금과 거리를 뒀던 도 입장에선 법적 분쟁과 감사가 끊이지 않는 현 상황에 개입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지금까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해수부가 기금을 관리감독하며 불거졌던 문제가 반복될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피해민뿐 아니라 기금사업단체도 감독기관을 향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어 기금 정상화가 악화일로에 빠질 우려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모금회와 해수부가 기금단체인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이하 조합)과 서해안연합회(이하 연합회)에 규제 조치를 반영해 지난 4일까지 자금집행계획서를 제출하라고 했지만, 양 단체는 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았다는 게 해수부 측 주장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음에도 조합과 연합회에서 이를 준수하지 않고, 원하는 사업에 대한 자금 집행을 신청했다"며 "불필요한 항목은 걸러 계획서를 승인할 거고 이를 어긴다면 추가 제재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합 관계자는 "나름의 판단 하에 집행 계획을 올렸다"면서도 "다만 집행 최종 승인은 모금회에서 내리니 예산을 폭넓게 포함해 신청한 감도 있다"고 설명했다.
기금은 사용기한이 정해져 있고 이를 넘기면 모금회의 일반 수익으로 환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류피해민들의 속만 타들어 가고 있다.
조합과 연합회는 2018년 11월 모금회와 맺은 삼성출연기금 배분사업 계약을 맺고, 각각 2028년까지 2024억원을, 연합회는 2023년까지 1043억원을 사용할 예정이었다.
피해민 김동주(68) 씨는 "하루빨리 기금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해수부와 모금회,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권혁조 기자 oldboy@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