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오찬 예정… 이마저도 취소
도 "다른 중요 비공식 일 생겨"

11일 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의 대통령기념관에서 열린 제104주년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에서 양승조 전 충남지사(앞줄 오른쪽 두 번째)가 행사 참석자들과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양 전 지사는 임시정부에서 국무령을 지낸 양기탁 선생의 후손이다. 이 기념식에 양 전 지사 등 임시정부를 이끌었던 행정수반 8명의 후손이 참석했다. 충북도 제공
11일 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의 대통령기념관에서 열린 제104주년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에서 양승조 전 충남지사(앞줄 오른쪽 두 번째)가 행사 참석자들과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양 전 지사는 임시정부에서 국무령을 지낸 양기탁 선생의 후손이다. 이 기념식에 양 전 지사 등 임시정부를 이끌었던 행정수반 8명의 후손이 참석했다. 충북도 제공

[충청투데이 김영재 기자] ‘친일파 자처’ 발언으로 곤욕을 치렀던 김영환 충북지사가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에 불참한 것을 두고 충북도청 안팎에서 말들이 많다.

이유가 밥 약속이기 때문이다.

11일 충북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옛 대통령별장인 청남대의 대통령기념관에서 제104주년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이 열렸다.

광복회 충북도지부가 주관한 이 기념식에 이우종 충북도 행정부지사가 김 지사 대신 참석했다.

충북도의회에서는 황영호 의장이, 또 장기영 광복회 충북도지부장을 비롯해 충북도내 보훈단체장, 광복회원 등 250여명이 이 자리에 함께 했다.

특히 임시정부에서 국무령을 지낸 양기탁 선생의 후손인 양승조 전 충남지사 등 임시정부를 이끌었던 행정수반 8명의 후손들이 참석해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양 전충남지사는 충북도와 충북도민이 대한민국임시정부 선양에 앞장 서는 것에 대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충북도는 80억원을 들여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의 외형을 재현한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관을 지난해 4월 건립했다.

지난해 3월 개관한 서울 서대문에 소재한 국립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관에 이어 전국 두 번째로 문을 연 임시정부 테마 기념관이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임시정부 기념관을 건립·운영하는 곳은 충북도가 유일하다.

이곳에는 임시정부 행정수반 8명의 역사 기록화와 임시정부 활동 자료·사진 등 중요 기록물 178점이 전시돼 있으며, 연 13만여명이 방문하는 독립운동사 교육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충북도는 자랑하고 있다.

충북도는 임시정부 기념관 개관에 맞춰, 그동안 청주 삼일공원에서 거행하던 임시정부수립 기념식을 지난해부터 청남대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관에서 열고 있다.

김 지사는 낮 12시부터 오찬 일정이 있어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충북도 관계자는 "지사께서 오찬 때문에 기념식에 불참한 것으로 안다"며 "이 오찬도 다른 중요한 일이 생겨 취소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른 중요한 일’에 대해 "비공식이라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충북도가 언론에 제공한 이날 김 지사의 공식일정은 오전 9시 업무결재, 오후 3시 투자협약식 등 2건이다.

충북도청 한 직원은 친일파 발언으로 홍역을 치른 김 지사가 없는 시간을 내서라도 임시정부수립 기념식에 참석했어야 했다며 "기념식 불참으로 다시 친일파 발언이 재조명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청주시청 한 직원은 "속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언뜻 보면 김 지사가 밥 먹는 것을 기념식보다 중요하다고 여긴 것 아니냐"며 "정무라인의 불찰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 지사는 앞서 지난 3월 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내 무덤에도 침을 뱉어라!’라는 제목의 글에서 "나는 오늘 기꺼이 친일파가 되련다"고 한 뒤 정부의 일제강제동원 제3자 대위변제 배상을 "통 큰 결단"이라 규정하고 "윤석열 대통령과 박진 외교장관의 애국심에 고개 숙여 경의를 표한다"고 썼다.

김영재 기자 memo340@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