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출산 기피보다 비혼이 더 문제
가치관 변화·사회경제적 요인 원인
‘미혼’보다 ‘비혼’으로 몰리는 추세
충청지역 혼인건수 매년 감소 뚜렷
타 지자체 ‘공공형예식장’ 등 추진
현금성 지원보다 공격적 정책 눈길
주거공간·자산 확보 기회 제공 필요

[충청투데이 송휘헌 기자] 2023년 계묘년(癸卯年)이 밝았다. 육십 간지의 40번째로 계(癸)는 흑색, 묘(卯)는 토끼를 의미하는 ‘검은 토끼의 해’이다.

토끼는 예부터 다산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은 인구 문제에 직면했다. 여전히 정부 정책은 출산율에 집중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결혼도 하지 않는 풍토가 성행하고 있는데 출산은 어불성설이라는 볼멘 목소리가 나온다.

2030 MZ세대를 중심으로 비혼이 늘고 있다. 비혼식 등 신(新)풍속도 계속되고 있다. 인구 문제는 당면한 시대의 과제다. 인구 문제에 대한 시나리오는 저출산→인구절벽→지방소멸의 순으로 진행된다. 이제는 저출산 앞에 ‘결혼’도 넣어야 할 판이다.

최근 통계청 2022년 1인가구 설문조사에도 결혼하면 자녀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1인가구는 65.7%로 조사됐다. 아직 한국 사회에서는 결혼과 출산이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충청투데이는 인구 문제에 집중해 비혼 문제에 대해 짚어봤다. 

충청권 혼인 건수
충청권 혼인 건수

◆결혼 건수 매년 감소세 이어져

2021년 국내 결혼건수는 19만 2507건으로 2020년 대비 9.8%가 감소했다. 특히 2016년 30만건 미만으로 감소한 뒤 5년 만에 10만건대로 내려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도 무시하진 못하겠지만 전문가들은 가치관 변화, 사회경제적 요인 등 복합적 원인도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충청권의 혼인 건수는 계속해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통계청 인구동태통계연보에 따르면 대전의 혼인 건수는 △2015년 8805건 △2016년 8325건 △2017년 7697건 △2018년 7377건 △2019년 6602건 △2020년 5976건 △2021년 5419건 등으로 감소했다.

충남도 △2015년 1만 2331건 △2016년 1만 1792건 △2017년 1만 961건 △2018년 1만 970건 △2019년 9826건 △2020년 8493건 △2021년 8016건 등으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

충북의 경우 혼인건수는 △2015년 8872건 △2016년 8334건 △2017년 7990건 △2018년 7827건 △2019년 7239건 △2020년 6682건 △2021년 5882건 등으로 계속해서 줄고 있다. 세종은 △2015년 1498건 △2016년 1612건 △2017년 1728건 △2018년 2038건 △2019년 2039건 △2020년 1854건 △2021년 1627건 등으로 2019년까지 증가하다 최근 감소세로 들어섰다.

◆비혼으로 몰리는 청년들

결혼을 신념 등의 이유로 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사회나 경제적 요인 때문에 기피하는 청년도 늘고 있다.

미혼과 비혼은 둘 다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점만 같을 뿐 차이가 있다. 미혼은 결혼을 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지만 비혼은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이며 가능성에 대한 논점이 없다.

특히 비혼도 ‘자발적’, ‘비자발적’으로 구분되는 추세다. 자발적 비혼은 가치관 등으로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지만 비자발적 비혼은 경제적 부담 등의 이유로 결혼을 기피하는 등으로 구분된다.

청주에 거주하는 A(35) 씨는 최근까지 결혼을 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비혼을 선포했다. A 씨는 "몇 년 전에 결혼 이야기까지 나왔다"라며 "당시에 모아둔 돈이 별로 없어 조금 미루다 보니 이별하게 됐고 그 이후에도 많은 생각을 했지만 경제도 힘들어지고 집값은 계속 오르고 월급으로 결혼을 하는 것은 포기했다"고 털어놨다.

또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B(29·여) 씨는 다른 이유로 비혼을 결심했다. B 씨는 "결혼을 생각 안 해봤다면 거짓말 일 것 같다"며 "영상 관련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데 고용상태가 불안정하고 일하다 보니 사람을 만나는 것도 쉽지 않아 결혼에 대해 계속 신경을 쓰느니 비혼이 나을 것 같아 생각을 굳혔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 통계로 보는 1인가구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가구 대비 1인가구 비중이 높은 지역에 대전(37.6%), 서울(36.8%), 충북과 강원(36.3%) 순으로 충청권 2곳이 3위 안에 들었다.

통계청 설문에서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에 결혼자금부족 30.8%, 고용불안정 14.4%, 결혼상대 못만남 13.4%, 결혼필요성 못느낌 12.3% 출산양육부담 12.0%의 순으로 집계됐다. 또 결혼은 ‘해야한다’는 생각하는 1인가구 비중은 47.1%,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는 44.3%로 나타났다.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

◆단순 현금성 지원 보다 세심한 정책 필요

공공기관도 결혼을 늘리기 위해 지원하고 있다.

충남 계룡시는 혼인신고 후 6개월 뒤 2차례에 걸쳐 500만원을 지원한다. 부여군도 혼인신고일 기점으로 기간에 따라 3차례에 걸쳐 결혼정착지원금 700만원을 지역화폐로 준다.

충북은 행복결혼공제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공제 사업은 일정 금액을 5년간 적금할 경우 기업과 도·시군이 일정 비용을 보전해줘 목돈을 주는 제도다.

현금성 지원에서 그치지 않고 만남과 결혼을 지원하는 사업도 있다.

대전 서구에서는 스몰웨딩을 지원한다. 서구청은 보라매공원, 샘머리공원, 장태산자연휴양림 등 서구의 대표적인 공원에서 결혼식을 하객 100명 미만으로 진행할 경우 신청을 받아 400만원을 지원한다.

청주의 경우 코로나19로 멈춰있지만 2017~2019년 3년 동안 ‘두근두근 프러포즈 in 청주’ 미팅프로그램을 열었으며 2023년에 다시 프로그램을 시작할 계획이다.

타지방자치단체는 더욱 공격적인 결혼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김해시는 2020년부터 공공형예식장 비즈컨벤션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공공형예식장은 식사 패키지, 보증인원 설정, 답례품 강매 등 결혼식장 불공정 문제를 해결해 호응을 얻고 있다. 다른 지자체도 공공형예식장 등을 검토하고 공공시설을 예식장소로 개방하는 등 혼인율을 올리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전문가는 정확한 원인을 파악한 뒤 해결하고 이와 함께 갈등과 인식 차이를 줄일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결혼 이후에도 케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경기도 청년들의 결혼 및 출산 인식 차이에 관한 연구 논문’을 작성한 정기용 경기복지재단 청년지원사업단 연구위원은 "빅데이터 감성분석 결과 청년은 결혼과 출산에 대해 전반적으로 긍정으로 인식했으나 세부감성지수를 살펴보면 결혼에 대한 가장 큰 감정은 호감이고 이어 슬픔으로 나타났다"며 "슬픔의 원인은 결혼비용, 개인의 삶과 여가, 출산 양육에 대한 부담감으로 나타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혼인율을 높이기 위해 경제적 지원이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하는 것은 맞지만 현금성 지원이 아닌 주거 공간의 확보와 생활 유지 및 자산 형성을 위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지원이 있어야 한다"며 "청년 커플, 예비 부부, 신혼부부 등 상담 서비스를 진행해 갈등을 줄이는 지원 정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심리적 불안과 걱정 등 어려움을 호소하는 청년이 많아졌다"면서 "갈등과 인식 차이가 커지면 혼인율이 감소할 것이고 출산율 역시 감소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송휘헌 기자 hhsong@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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