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 쌀의 추락 2
충남 예산 쌀 농가 가보니
50년째 벼농사 지은 고흥근씨
인건비 아끼려 목발 짚고 논으로
쌀값 폭락, 비료값·인건비 폭등
생활비 마련하기 빠듯한 상황
벼농사 포기하는 농민도 많아
농협은 쌀 재고 쌓여 속앓이
[충청투데이 김지현 기자] "쌀값은 떨어지는데 벼 생산 비용은 계속 늘어나고 있어요. 이대로 가다가는 생계유지도 어려울 지경입니다."
13일 오전 9시경 충남 예산군 봉산면 효교 2리. 50여년째 벼농사를 짓고 있다는 고흥근(72) 씨는 다친 다리를 이끌고 논으로 나왔다<사진>.
추수를 한 달여 앞두고 있지만, 계속 떨어지고 있는 쌀값에 인건비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목발을 짚고 집을 나선 것이다.
실제 지난 5일 기준 80㎏ 쌀값은 16만 4740원으로, 지난해 동월 쌀값인 21만 9032원 대비 24.7% 떨어졌다. 농민들은 떨어진 쌀값에 생활비 마련마저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고 씨는 "비료값은 두 배 이상 뛰고 인건비도 1인당 10만원에서 15만원으로 오르는 등 벼 생산 비용은 무섭게 오르고 있는데, 쌀값만 떨어지고 있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생활비도 벌지 못할 것 같아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논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고 씨가 살고 있는 효교 2리에선 올해 벼농사를 포기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다.
강태섭(67) 씨는 "지금 쌀값으로는 생활을 할 수 없어, 40여 년간 벼농사를 지어왔던 논에 올해부터 콩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며 "쌀값이 다시 오르면 모를까 지금의 쌀값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다시는 벼농사를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농협 역시 속앓이를 하고 있다. 벼 재고량은 늘고 있지만, 그렇다고 떨어진 쌀값으로 판매할 경우 판매를 하면 할수록 손실이 커지고 그 만큼 쌀 값 하락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 충남세종지역본부의 벼 건조저장시설(DSC)의 벼 재고량은 12일 기준 4만 4939t으로, 지난해 동월 재고량 1만 8816t 대비 138.8% 증가했다.
이처럼 재고량이 증가하자 이날 오후 1시경 충남 홍성군 광천읍에 있는 광천농협 DSC에서는 남아있는 다른 창고로 옮기기 위한 이곡 작업이 한창이었다.
광천농협 DSC는 12일 기준 지난해 생산된 3000t의 벼가 저장돼 있다.
농협 관계자는 "3~4월 즈음 창고를 모두 비웠어야 했는데 쌀값 하락으로 손실을 면치 못하게 되자 벼를 팔지 못하고 남아있는 것"이라며 "현재 쌀값으로 저장된 쌀을 팔게 되면 15억원 정도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고 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쌀값은 계속해서 하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농민들은 정부와 지자체에 대안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효교 2리에서 24년째 벼농사를 짓고 있다는 조광남(49) 씨는 "농민들이 기본적인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쌀 80㎏ 당 22만~24만원이 보장돼야 한다"며 "벼농사 생산비의 인상분을 지원해주거나 농가 생활 안정자금을 지원해주는 등 정부와 지자체의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지현 기자 wlgusk1223k@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