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대거 터진 대전, 이대론 위기 반복된다]
대전서 접수된 전세사기피해 1740건 중 74.4% 다가구 주택
개별 등기 안 이뤄져 확정일자 부여현황 공개해도 알 수 없어
일각선 전입 세대 열람원-확정일자 부여현황 ‘장부일치’ 요구

실제 대전시민 A 씨가 다가구주택 계약을 위해 확보한 전입세대 열람원과 확정일자 부여현황을 재구성한 자료. 선순위채권과 총 보증금액 등을 확인하기 위해선 두 장부를 대조해야 하지만 이름이나 호수가 없는 데다가 계약 갱신 또는 전출된 건들의 확정일자 부여도 함께 기록돼 있다. 해당 자료 등을 접한 지역 공인중개사 3명도 사실상 두 장부로는 파악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사진=조선교 기자
실제 대전시민 A 씨가 다가구주택 계약을 위해 확보한 전입세대 열람원과 확정일자 부여현황을 재구성한 자료. 선순위채권과 총 보증금액 등을 확인하기 위해선 두 장부를 대조해야 하지만 이름이나 호수가 없는 데다가 계약 갱신 또는 전출된 건들의 확정일자 부여도 함께 기록돼 있다. 해당 자료 등을 접한 지역 공인중개사 3명도 사실상 두 장부로는 파악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사진=조선교 기자

[충청투데이 조선교 기자] 장기간 고금리로 인해 과거 급등했던 전세가가 떨어지자 전세 사기와 사고, 역전세난 등 전세 제도의 문제점들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대전에서는 다가구주택과 청년층을 향한 사기 피해가 폭증하면서 시장의 변화까지 초래한 상황이다. 그간 잠재됐던 문제들이 터지자 정부는 뒤늦게 갖가지 조치에 나섰다. 그러나 사기 피해자와 관계 전문가들은 제도적 허점이 여전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와 관련해 지역 업계 전반에서 제기되는 사각지대와 제도 자체의 문제점 등을 살펴봤다.<편집자 주>

정부가 급증하고 있는 전세 사기에 대응해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다가구주택은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파악됐다.

대전에선 사기 피해 접수 70% 이상이 다가구주택인 만큼 걷잡을 수 없이 피해가 확산되고 있지만 임차인이나 중개사가 사전에 대응할 방도가 없는 실정이다.

30일 대전전세피해지원센터에 따르면 이날까지 접수된 전세 사기 피해 사례(실제 피해 인정과 무관)는 1740건으로, 이 가운데 1295건(74.4%)이 다가구주택에서 발생한 사례로 집계됐다.

사실상 대전에선 다가구주택을 중심으로 전세 사기 또는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벌어지고 있는 셈인데 관련 업계에서는 명백한 허점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앞서 정부는 전세 사기가 폭증하자 지난해 법 개정을 통해 임차인이 임대차 계약을 진행할 때 확정일자 부여현황과 차임, 보증금 정보 등을 알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세입자들의 확정일자 순위와 총 보증금 규모 등을 파악해 사고 또는 사기 가능성에 대응하고 문제 발생 시 변제 순위를 확인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다가구주택의 경우 확정일자 부여현황을 확보해도 임차인과 공인중개사 등은 뚜렷한 정보를 확인할 수 없는 실정이다.

각 동·호별로 등기가 이뤄지는 다세대, 연립 등과 달리 다가구·단독주택은 개인 소유, 하나의 건물로 인정된다.

이 때문에 확정일자 부여현황에는 부여일과 임대차 기간, 보증금, 차임 등 정보만이 담기는데 호수와 호수별 실거주자의 이름은 포함되지 않는다.

문제는 임대차 기간이 이미 지나 전출했거나 계약을 갱신한 경우에도 확정일자 부여일 기준의 정보를 그대로 담고 있어 실거주자보다 정보가 많다는 점이다.

임차인나 중개사는 이를 전입세대 열람원과 비교하더라도 거주자 이름조차 포함되지 않아 변제 순위나 총 보증금 규모를 확인하기 어렵다.

방법은 임대인에게 자료상 실거주자를 알려달라고 요청하거나 각 호별 실거주자와 보증금 등을 임차인이 직접 확인하는 것 뿐이다.

전적으로 임대인의 고지나 설명을 완전히 신뢰하거나 전체 입주자들의 협조를 일일이 이끌어내야 한다는 얘기다.

업계 일각에선 수년 전부터 전입세대 열람원과 확정일자 부여현황 등 장부 일치에 대한 요구가 이어졌지만 개인정보 취급 등 문제로 어렵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대전의 한 중개업 관계자는 “장부만 일치시키더라도 다가구주택의 전세 사기나 사고는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다가구뿐만 아니라 다세대 등도 전월세 신고제 도입 이후 전입세대 등 기록들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개인정보가 아닌 공적 기록으로 본다면, 그리고 그 기록들을 일원화해 제대로 관리한다면 예방할 수 있었던 사례도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선교 기자 missi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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