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서 전세로 신혼집 마련한 박모씨
계약만료 앞두고 집주인 연락두절돼
매매가 육박하는 근저당권 잡혀있어
보증금 1억 5000만원 못 받을 위기
계약 해지 통보 외 할 수 있는게 없어
“소송 이겨도 돈 받아낼 수 있을지” 한숨

최근 불거진 대전 전세사기 일당이 운영했던 부동산 임대 법인 사무실에 피해자들이 발송한 공시송달문들이 붙어 있다. 사진=독자 제공
최근 불거진 대전 전세사기 일당이 운영했던 부동산 임대 법인 사무실에 피해자들이 발송한 공시송달문들이 붙어 있다. 사진=독자 제공

[충청투데이 김성준 기자] <속보>=“임차인들이 아무리 알아본다 한들 허점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사기꾼들이 작정하고 속이면 당해낼 수가 없습니다.” <10월 17일자 3면 보도>

전세사기 피해자 박모(30) 씨는 부채 비율이 80%를 넘는 이른바 ‘깡통주택’ 임대인과 전세 계약을 맺기까지의 과정을 상기하며 이같이 말했다.

박 씨는 2021년 11월 모아둔 돈 8000만원에 대출까지 받아 대전 동구 가오동의 한 다가구주택에 전세로 신혼집을 마련했다. 그는 계약 만료를 불과 한 달 앞둔 이달 초 전세보증금 1억 5000만원을 반환받지 못할 수 있단 사실을 알게 됐다.

다섯 달 전까지만 해도 집주인에게 “전세 만기 시점에 맞춰 보증금을 돌려줄 것”이란 답을 들은 터라 자신이 전세사기 피해자가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그가 전세사기 피해를 알게된 건 보름 전 집주인 A씨와 연락이 닿지 않게 되면서다. 이리저리 수소문해보니 박 씨가 살고 있는 건물뿐 아니라 A씨 소유의 다른 다가구주택 임차인들도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전세 계약 당시 공인중개사로부터 선순위 임차보증금이 4억 3000만원이라고 안내 받았지만 실제 임차인들의 보증금은 10억원 이상이었다.

현재 이 주택에는 매매가에 육박하는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기 때문에 집이 경매로 넘어가 낙찰된다 해도 선순위 세입자 2~3명 정도만 보증금을 돌려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경매에 넘어가면 한두 차례 유찰된 뒤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낙찰되기 때문에 선순위 임차인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집주인 A씨 건물의 다른 세입자들은 선순위 임차보증금뿐 아니라 입주 순위도 허위로 고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이 경매에 넘어갈 경우 확정일자를 받았다면 입주한 순서대로 보증금을 배당 받기 때문에 선순위 임차인 여부는 중요하다.

박 씨는 현재 집주인 A씨에게 내용증명을 발송해 임대차계약 해지 의사를 통보하는 것 외에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토로했다.

박 씨는 “A씨와 관련 일당을 형사고소하고 전세보증금반환 소송까지 진행할 수 있겠지만 돈까지 들여 승소한들 과연 받아낼 돈이 임대인에게 남아 있을지 모르겠다”며 “저를 포함한 많은 피해자들이 보증금 반환은커녕 하루빨리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이라도 받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한국도시연구소와 주거권네트워크가 최근 발표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 가구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전세사기 피해 1579가구 중 보증금 일부를 선순위 권리자보다 우선 변제받을 수 있는 임차인은 28.8%에 불과했다. 특히 대전의 최우선변제 대상 가구 비율은 1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지난 6월 전세사기 특별법이 만들어진 뒤 피해자로 결정된 가구는 42.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준 기자 junea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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