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22대 총선이 8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 정치권 모두 치열한 기싸움을 펼치고 있다. 본격 레이스가 펼쳐지기 전인데도 가짜뉴스를 퍼뜨려 고발이 이어지는가 하면, 같은 정당 내에서도 비방이 끊이지 않고 있다. 총선 주자들이 연이어 탈당하는 사태도 빚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 초선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며 남긴 소회가 부끄러운 대한민국 정치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경기 하남을 지역구로 둔 더불어민주당 최종윤 의원은 22일 불출마 기자회견에서 "(우리) 정치가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조장’하고 있다"며 "정치 본연의 기능을 상실했고 민주주의는 길을 잃었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우리 정치가 당파성을 명분으로 증오를 생산하고, ‘죽이는 정치’, ‘보복의 정치’로 변질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민의의 전당인 국회 본회의장은 여과 없이 분출하는 야유와 비난의 장이 됐고 누가 더 상대방에 대한 증오를 효과적으로 생산하는지 경쟁을 하고 있다"고 정치 현실을 비판했다.
조목조목 옳은 말이다. 국민을 위한 정치는 실종된 지 오래다. 오로지 상대방을 공격하고, 공격받은 당사자는 더 크게 보복하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소모적 정쟁 속에 정책은 뒷전으로 밀렸다. 실망을 넘어 불신감이 팽배한 국민은 정치를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른바 정치 무관심이다. 오죽하면 "우리가 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다.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토로했겠는가. 정치권은 이 물음에 분명히 답해야 한다.
누구보다 의욕이 넘칠 초선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는 우리 정치가 여전히 구태하고 새로운 한 걸음조차 내딛지 못한다는 안타까움이 담겼다. 국민은 민의를 대변하고 조금 더 나은 삶을 기대하며 후보자에게 한 표를 던지지만, 정치권은 조금의 만족감도 주지 못하고 쉴 새 없이 못난 정치를 일삼고 있다. 정파적 이해관계와 몰아주기식 투표는 이제 사라져야 마땅하다. 여야가 민생 해결에 머리를 맞대고, 정책으로 대결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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